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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진보도 껍데기는 가라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내가 진보 편에 서 있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만약 착취, 부패, 억압, 불의가 없는 세상이라면 내겐 낭만적 보수성향이 맞았을 거다. 지킬 것이 많은 사회라면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 됐을 거다. 현재에 만족 못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속력으로 후진하는 나라에서 진보에 회의도 들지만 진보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이 현재가 너무나 엉망이어서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지금도 진보 편이다. 그 필연적 결과로 요즘 문자로 멘털 붕괴, 멘붕 상태를 겪고 있다.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상당수가 비슷한 증세이리라. 왜 아니겠는가. 진보에게 이토록 호된 배신감을 느낀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노무현 대.. 더보기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지난 일요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청소년 20여명이 모여 성명서를 낭독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중단하시겠습니까!”로 시작되는 성명이었다. 성명은 지난주 중학생 2명과 카이스트 학생이 목숨을 끊었지만 사회는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버린 친구들의 죽음에 관심도 없고 눈물 흘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시간에도 학생들은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공부하라고 강요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성명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입시경쟁교육’이 이번 죽음의 본질임을 인정하고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또 보여주기 위한 대책이 아닌, 본질적인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바람이 불어 아이들이 든 국화와 손팻말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렸다. 희망의 우리학교만들기 모임에 속한 아이들은 이튿.. 더보기
이명박과 박근혜의 정치적 DNA 가령 새누리당이 다음주 총선에서 승리하고 내쳐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새누리당 정권은 연속성을 갖게 된다. 즉 대망의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좌파 재집권 야욕을 막고…” 등 벅찬 수사도 동원될 터이다. 한데 새누리당의 정권 연속성·재창출론엔 묘한 구석이 있다. 자꾸 과거와의 단절, 차별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월 라디오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친박 쪽 핵심 관계자는 이를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리더십, 돈봉투 등 구태, 거수기 정치, 공천 학살, 약속을 뒤집는 관행 등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박근혜가 말한 과거와의 단절은 이명박과의 단절로 보.. 더보기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는 전 정권 책임? 엊그제 제주도 서귀포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는 구럼비 해안 너럭바위에 대한 발파작업이 재개됐다. 인근 화약 보관창고 앞에선 평화활동가들이 화약 운반을 막으려다 1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발파작업의 전격 재개로 해군기지 사업은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제주일보는 보도했다. 속도전이란 말은 이 정권에서 진부한 일상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겠다며 밤낮없이 속도전을 벌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 이어 제주 해군기지도 속도전이다. 이 정권은 이 2개 속도전을 노무현 정권 책임론과 연결짓고 있다. 전 정권에서 시작한 일이란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두 국가적 아젠다에 민주통합당이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바꾸기라고 공격하고 있.. 더보기
애들을 '죽음의 굿판'에서 구해내려면 얼마 전 전남 보성에서 기독교 광신도 부부가 감기에 걸린 남매 셋을 굶기고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부부는 10살, 8살, 5살 난 세 남매에게 잡귀가 붙었다며 허리띠와 파리채로 때렸다. 아이들은 숨지기 전 일주일 이상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한 아이의 일기가 나중에 공개됐다. 숨지기 열흘 전쯤 쓴 이 일기엔 “2012년 1월20일. TV를 보았다. 재미있다. 런닝맨이 재밌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지 며칠 후 서울 강남에 사는 고교 1학년 남학생(16)이 아파트 7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페이스북에 “공부가 어렵다. 학원 다니기가 힘들다”는 글을 남기고서였다. 이 아이는 이른바 ‘A급 학군’에 성적도 상위권인 학생이었다. 말수가 적고 수학을 잘하고 사진 찍는 것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