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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철탑 농성이 남의 일이 아닌 까닭 이봉조가 작곡하고 현미가 부른 옛날 노래 ‘몽땅 내사랑’(1967년)의 가사가 재미있다. “길을 가다가 사장님 하고 살짝 불렀더니/ 열에 열 사람 모두가 돌아보네요/ 사원 한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데/ 왜 이렇게 사장님은 흔한지 몰라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사장님….” 당시 사회 경제가 얼마나 ‘사장님 양산 체제’였길래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이 가사를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비정규직”으로. 우리는 그만큼 비정규직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는 사회복지사도,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도 태반이 비정규직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2명도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회사에 불법파.. 더보기
대선 선택, 직관보다 이성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출신 심리학자다.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로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허문 행동경제학을 창시했고, 이에 기초한 ‘전망 이론’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건 사상 두번째였지만 1978년 첫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수학·경제학 등 학제간 연구자였던 반면 카너먼은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들어본 적 없는 정통 심리학자였다. 그의 특이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망 이론’은 인간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런 50년 연구결과를 묶어 작년에 낸 책이 다. 책은 흥미로운 실험과 이론들로 가득하다. 대부분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더보기
역사인식보다 민주주의의 문제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갖고 말이 많은데, 초점을 잘못 짚은 듯하다. 구체성이 부족하다. 대선 후보로서 그의 문제점은 역사인식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걸 역사인식이라는 추상적이고 고상한 문제로 분식하는 건 잘못이다. 민주주의는 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다. 그런데 박 후보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신념은 매우 흐릿해 보인다. 그 증거는 널려 있다. 과거사, 특히 아버지 박정희의 18년 집권 시대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성경을 보면 저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하고 통곡했지만, 박 후보는 결코 아버지를 부인·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 10월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길 문제”가 된다. 이런 생각은 놀.. 더보기
유쾌한 ‘예측불허’는 없을까 별명이 ‘이리가리’인 선배가 있었다. 생각이 종잡을 수 없이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후배들이 붙인 거였는데, 흉보다는 애칭 성격이 강했다. 이리가리는 ‘이레귤러(불규칙적)’의 일본식 발음이다. 옛날엔 TV 야구 중계에서 타구가 야수 앞에서 불규칙적으로 튀어오르면 ‘이리가리 바운드가 났네요’란 웃지 못할 해설이 나오곤 했다. 그가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은 가령 평소엔 극우적 태도이다가 갑자기 급진으로 돌변하는 식의 예측불허 성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장삼이사들이 ‘이리가리’인 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런다면 문제가 크다. 대표적인 인물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떠오른다. 참 극단적인 예측불허의 정치인, 대통령이었다. 1991년 보수파 쿠데타 때 의사당을 봉쇄한 탱크 위에 올라가 연설한 .. 더보기
안철수씨가 빨리 결단해야 할 이유 안철수 교수는 빨리 결단해야 한다.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병진 교수(경희사이버대)처럼 “중요한 건 시대의 결을 얼마나 잘 읽고 국민과 공감을 잘하느냐는 것이며, 그걸 검증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검증인가. 이른바 ‘신화’에 대한 검증이라고 해도 좋겠다.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계 진출 후 1995년 낸 자전적 에세이 에 이렇게 썼다. “현대에서의 27년.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사람들은 나를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미상불 는 신화적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건설 면접시험에서 “건설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정주영 사장에게 “창조”라고 답해 마음에 쏙 들었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