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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유쾌한 ‘예측불허’는 없을까 별명이 ‘이리가리’인 선배가 있었다. 생각이 종잡을 수 없이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후배들이 붙인 거였는데, 흉보다는 애칭 성격이 강했다. 이리가리는 ‘이레귤러(불규칙적)’의 일본식 발음이다. 옛날엔 TV 야구 중계에서 타구가 야수 앞에서 불규칙적으로 튀어오르면 ‘이리가리 바운드가 났네요’란 웃지 못할 해설이 나오곤 했다. 그가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은 가령 평소엔 극우적 태도이다가 갑자기 급진으로 돌변하는 식의 예측불허 성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장삼이사들이 ‘이리가리’인 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런다면 문제가 크다. 대표적인 인물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떠오른다. 참 극단적인 예측불허의 정치인, 대통령이었다. 1991년 보수파 쿠데타 때 의사당을 봉쇄한 탱크 위에 올라가 연설한 .. 더보기
안철수씨가 빨리 결단해야 할 이유 안철수 교수는 빨리 결단해야 한다.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병진 교수(경희사이버대)처럼 “중요한 건 시대의 결을 얼마나 잘 읽고 국민과 공감을 잘하느냐는 것이며, 그걸 검증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검증인가. 이른바 ‘신화’에 대한 검증이라고 해도 좋겠다.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계 진출 후 1995년 낸 자전적 에세이 에 이렇게 썼다. “현대에서의 27년.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사람들은 나를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미상불 는 신화적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건설 면접시험에서 “건설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정주영 사장에게 “창조”라고 답해 마음에 쏙 들었다고.. 더보기
내가 사랑한 러시아 외국에 가면 인간이 철저히 상황 속의 존재란 사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평소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예를 들어 보겠다. 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승객들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로 가차없이 분류된다. 마치 삶이 처절한 ‘계급투쟁’의 현장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필자의 동료는 언젠가 미국에서 이코노미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뜻밖의 호사를 누렸는데, 그 월등한 안락함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한다. 이건 외국여행에 대한 우스갯소리지만, 필자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상황인식이 명료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모스크바 북쪽 인구 25만인 고도 벨리키 노브고로드의 7월은 밤 11시에도 아직.. 더보기
티나와 결별하기 목하 진행 중인 유럽 재정위기, 유로 위기 와중에 앙겔라가 떴다. 메르켈 독일 총리 말이다. 7일자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는데, 첫 기사의 제목이 ‘엔진을 켜, 앙겔라’였다. 유럽과 세계 경제의 운명이 상당 부분 강하고 건실한 독일 경제를 이끄는 앙겔라란 여인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나는 앙겔라 말고 다른 여성 이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티나다. 필자는 옛날 모스크바 특파원 때 만난 러시아 여성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마리나, 올가. 타냐, 레나, 마샤…. 한데 비슷해 보이지만 러시아에 티나란 이름은 없다. 그렇다면 무슨 이름인가. 티나는 아리따운 여인의 이름이 아니다. 게다가 폭압적이다. 그것은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 더보기
삶이 무너지면 종북좌파가 된다 이 땅에서 종북주의자 되기는 식은 죽 먹기다. 의 최효종식으로 말하면 “종북주의자가 되는 건 아주 쉬워요”다. 우선 삶이 무너지면 종북좌파가 된다. 무슨 얘긴가. 이건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취재 체험을 쓴 책 에 나오는 내용이다. “권리금도 없고, 단골도 사라지고, 가게 차리면서 얻은 빚도 갚을 수 없어지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삶이 무너진다. 머리띠를 묶게 된다. 깡패들이 몰려온다. 그런데 경찰은 깡패 편이다. 언론에서는 법을 무시하는 데모꾼이라고 비난한다. 조금 지나면 ‘좌파’ ‘종북세력’ ‘빨갱이’라고 매도한다. 이들은 좌파가 무언지 종북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랬다. 정부와 수구언론은 용산참사와 제주 강정마을 투쟁을 이념문제로 몰아 종북 색칠을 했다. 4대강 사업 반대에서도 한진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