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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인간존중을 위한 ‘보도지침’ 팔레스타인 시인 마무드 다르위시(1941~2008)에게 희망은 불치병이었다. 2002년 3월 이스라엘의 공격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에 파견된 국제작가회의(IPW) 대표단 앞에서 그는 감동적 환영사를 한다. “우리에겐 희망이라는 치유할 수 없는 병이 있습니다. 해방과 독립에의 희망 말입니다.” 그는 희망들을 열거했다. 자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는 희망, 임산부가 군 검문소 앞에서 죽은 아기를 낳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산 아이를 낳는 희망, 시인들이 피가 아니라 장미에서 빨간색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날에 대한 희망…. 시인이 희망을 불치병으로 은유한 사연을 소개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절망이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그 병이 깊어 소중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 더보기
유전자 정권 일본 분자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쓴 은 ‘왜 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란 의문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물리적 시간 1년은 세 살 때나 서른 살 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신진대사 속도가 늦어진다. 즉 몸속 ‘체내시계’가 서서히 느려진다는 뜻이다. “반년 정도 지난 줄 알았는데 벌써 1년이 지났냐”며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5년이 지나가고 새 정권이 들어섰다. 언제나 끝나나 했는데 지내고 보니 그야말로 쏜살이다. 내 나이 50대 후반이니, 후쿠오카 교수의 이론이 맞긴 맞나보다. 5년 전 이명박 정권 출범 때 ‘쏠림의 시대’란 칼럼을 쓴 게 엊그제 같으니까. 지난 정권을 규정하는 핵심어, 열쇳말은 속도전 정권이 적당할 것 같다. 4대강 사업.. 더보기
증세 없는 복지국가? 지난 2일 서울에 사는 ㅊ씨(49·여)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51)과 두 아들을 남겨둔 채였다. 형제는 각각 두 살 무렵부터 뮤코다당증이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은 몸에 쌓이는 이물질 분해 효소가 부족해 신체 기관들이 성장을 멈추고 기능을 잃게 만든다. 지능도 안 자라 형제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저 기저귀를 차고 누워있을 뿐이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으나 경찰은 고인이 중증장애 형제를 돌보느라 너무나 힘들어 하다 자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 6일 한겨레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기사 제목이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희귀병 두 아들 손발이 돼 20년, 엄마는 버티다 못해…” 지난 7일 조간신문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주요 뉴스로 .. 더보기
비판의 타이밍 엊그제 비가 오는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작은 공분(公憤)을 느꼈다. 정류장 지붕 몇 군데가 새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벌써 여러 달째 이 모양이다. 엄연한 공공시설을 날림 공사 해놓고 방치하고 있다니…. 은근히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내 분노는 그것으로 끝이다. 나는 김수영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화자처럼 ‘(야경비)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 어쩔 수 없는 소시민이다. 지난주 4대강 공사가 부실투성이란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다. 4년간 22조2000억원을 투입한 4대강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실이라는 것이다. 보의 내구성, 수문의 안전성 등 주요 시설물부터 수질관리 기준, 수질 예측, 수질관리 방법 등 수질관리 분야, 준설.. 더보기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지난해 말 황석영의 소설 (1971년)를 다시 읽었다. 갑자기 떠오른 이 소설 마지막 문장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때문이었다. 대선 직후부터 이 말이 좀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듬해에 발표된 이 소설을 옛날보다 꼼꼼히 읽었다. 는 작가의 28세 때 작품임에도 사실적이고 긴박한 문체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묘파해 한국 노동문학의 고전이 됐다. 헤밍웨이도 1926년 27세에 첫 장편 로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소설은 1차 세계대전 후 파리 등을 배경으로 저마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취해 흐느적거리는 ‘잃어버린 세대’의 허무감을 잘 그렸다. 의 줄거리는 이렇다. 1960년대 운지 바닷가 간척 공사장. 젊은 주인공 동혁과 대위란 별명의 사내 등은 너무 낮은 임금과 비인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