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철웅 칼럼

좋아하기, 이해하기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의 제목으로 쓰인 질문은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열네 살 연상의 여주인공 폴에게 첫눈에 반한 20대 청년 시몽이 콘서트에 초대하는 편지를 보내며 던진 질문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다. 참고로 프랑스인들은 색깔로 치면 회색조인 브람스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브람스 연주회에 초대할 때는 이 질문이 필수란 말도 있다고 한다. 작가는 스승인 슈만의 부인이자 열네 살 연상인 피아니스트 클라라를 평생 흠모하며 산 브람스를 염두에 두고 이런 인물 설정을 한 것 같다. 나중 이 소설은 영화 으로 제작되는데 이때 배경음악으로 쓰인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포코 알레그레토)이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다. 이 악장은 아름답고 애수 어린 선율이 수묵화 같은 느낌을.. 더보기
25년만에 다가온 ‘민주화 시즌 2’ 경제민주화가 정말 시대정신이며 화두인가 보다. 대선을 앞두고 세 후보가 모두 강조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 등 ‘앙꼬가 빠진’ 박근혜 후보의 공약도 어김없이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포장된다. 대세는 대세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도 저것도 다 경제민주화라니 뭐가 진짜 경제민주화인지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경제란 수식어를 뺀 ‘원조 민주화’의 시절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떤 민주화를 거쳐 이 지점까지 왔나. 필자에게도 아련한 민주화의 추억이 있다. 최루가스의 날카로운 고통이 뒤섞인. 사정은 이렇다. 25년 전 6월항쟁 취재 중 최루탄 파편에 맞아 다쳤다. 경향신문 1987년 6월27일자 7면(사회면)에 이런 1단 기사가 실렸다. “26일 하오 8시30분쯤 서울역전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더보기
철탑 농성이 남의 일이 아닌 까닭 이봉조가 작곡하고 현미가 부른 옛날 노래 ‘몽땅 내사랑’(1967년)의 가사가 재미있다. “길을 가다가 사장님 하고 살짝 불렀더니/ 열에 열 사람 모두가 돌아보네요/ 사원 한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데/ 왜 이렇게 사장님은 흔한지 몰라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사장님….” 당시 사회 경제가 얼마나 ‘사장님 양산 체제’였길래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이 가사를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비정규직”으로. 우리는 그만큼 비정규직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는 사회복지사도,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도 태반이 비정규직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2명도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회사에 불법파.. 더보기
대선 선택, 직관보다 이성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출신 심리학자다.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로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허문 행동경제학을 창시했고, 이에 기초한 ‘전망 이론’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건 사상 두번째였지만 1978년 첫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수학·경제학 등 학제간 연구자였던 반면 카너먼은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들어본 적 없는 정통 심리학자였다. 그의 특이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망 이론’은 인간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런 50년 연구결과를 묶어 작년에 낸 책이 다. 책은 흥미로운 실험과 이론들로 가득하다. 대부분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더보기
역사인식보다 민주주의의 문제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갖고 말이 많은데, 초점을 잘못 짚은 듯하다. 구체성이 부족하다. 대선 후보로서 그의 문제점은 역사인식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걸 역사인식이라는 추상적이고 고상한 문제로 분식하는 건 잘못이다. 민주주의는 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다. 그런데 박 후보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신념은 매우 흐릿해 보인다. 그 증거는 널려 있다. 과거사, 특히 아버지 박정희의 18년 집권 시대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성경을 보면 저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하고 통곡했지만, 박 후보는 결코 아버지를 부인·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 10월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길 문제”가 된다. 이런 생각은 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