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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비논리 나라 대한민국은 비논리적인 나라다.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려 한다. 편의상 조선일보가 15일자로 쓴 ‘해경 살해 앞에 고개 처박고 벙어리된 한국 좌파의 국적’이란 사설을 예로 시작하자. 이 사설은 중국 불법어로 선원들이 우리 해경을 살해한 사건에 대한 ‘한국 좌파’들의 침묵을 비판하며 다른 두 사건과 비교했다. 하나는 2002년 6월 발생한 여중생 효순·미선양 사망사건이고, 다른 것은 목하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다. 사설에 따르면 여중생 사망사건이 터지자 좌파들은 미군의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를 고의적 살인사건으로 몰아가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또 좌파들은 한·미 FTA에 담긴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며 지금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설은 이렇게 난.. 더보기
사는 게 조금 외롭고 쓸쓸해서 송경동 시인이 구속되었다. 솔직히 필자는 송 시인을, 그의 시세계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탓이었을까, 처음 그가 구속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무덤덤했다. 어쩌면 그건 과거의 학습효과 덕분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 얼마나 많은 시인 작가들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던가. 군사정권 시절 시인 작가는 연행되고 구속되고 해직되고 단식투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필화사건, 폐간도 친숙한 언어였다. 한순간 옛 기억에 익숙해져 있는 내가 미안해진 건 송 시인의 ‘수상소감문’을 접하면서였다. 그는 지난주 부산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신동엽창작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22일 열린 시상식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그의 아내가 대신 수상소감문을 읽었다. “…조금은 편안하고 행복하고 안전한, 사람들의 세상이었으면 좋.. 더보기
서울시장 선거와 그 후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수많은 관전평·분석글들이 나왔지만 필자도 이 선거에 대한 개인적 소회로부터 말문을 열고 싶다. 지금 복기해도 손색없을 만큼 정치적 의미가 큰 사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 당일 필자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했다. 한나라당의 비공식 자체 조사에서 나경원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지옥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 색깔론, 네거티브 공세에 안 넘어 갈 리 있나, 이 나라 민초들이. 내년 선거도 날 샜다. 1 대 99의 양극화는 더 고착화하겠구나. 그런 심리상태 때문이었는지 방송3사의 첫 출구조사 발표 1보마저 오독했다. 내 눈엔 분명 나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앞선 걸로 읽혔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반대였다. 갑자기 지옥이 천국으로 바뀌었다. 당선된 박 시장은 .. 더보기
99 대 1 투쟁, 그 다음은 지난 주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를 보면서 문득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케케묵은 구호가 생각난 게 아주 뜬금없는 건 아니다. 시위의 성격과 전개양상에 비추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이 시위는 분노한 사람들이 80여개 나라, 900여 도시에서 동시에 벌였다. 단결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에 분노한 사람들인가. 뭉뚱그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마르크스식으로 분류하면 부르주아지가 아닌 프롤레타리아트, 곧 노동자다. 이들은 다수다. 얼마 전까진 이들을 선택된 20%에 끼지 못한 80%라 불렀는데 이번엔 이들 스스로 “우리는 99%다”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를.. 더보기
자유·민주보다 더 중요한 것 자유, 민주는 고귀한 가치다. 인간 삶에서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묻는 것은 부질없다. 자유 없는 민주 없고 민주 없는 자유도 성립 불가다. 그런데 현실에서 두 가치가 충돌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정된 역사교과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민주주의란 표현을 모두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사실이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오른쪽)과 서상기 의원이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19일 박 의원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은 북한에 가라”는 발언으로 국감이 파행 중인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 경향신문 DB 역사교육과정 고시는 중·고교생들이 내년부터 배울 새 역사교과서의 서술지침이 된다.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