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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99 대 1 투쟁, 그 다음은 지난 주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를 보면서 문득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케케묵은 구호가 생각난 게 아주 뜬금없는 건 아니다. 시위의 성격과 전개양상에 비추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이 시위는 분노한 사람들이 80여개 나라, 900여 도시에서 동시에 벌였다. 단결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에 분노한 사람들인가. 뭉뚱그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마르크스식으로 분류하면 부르주아지가 아닌 프롤레타리아트, 곧 노동자다. 이들은 다수다. 얼마 전까진 이들을 선택된 20%에 끼지 못한 80%라 불렀는데 이번엔 이들 스스로 “우리는 99%다”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를.. 더보기
자유·민주보다 더 중요한 것 자유, 민주는 고귀한 가치다. 인간 삶에서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묻는 것은 부질없다. 자유 없는 민주 없고 민주 없는 자유도 성립 불가다. 그런데 현실에서 두 가치가 충돌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정된 역사교과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민주주의란 표현을 모두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사실이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오른쪽)과 서상기 의원이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19일 박 의원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은 북한에 가라”는 발언으로 국감이 파행 중인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 경향신문 DB 역사교육과정 고시는 중·고교생들이 내년부터 배울 새 역사교과서의 서술지침이 된다.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 더보기
‘조·중·동’ 효과 며칠 전 대법원의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판결에 이은 ‘소동’은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의 식지 않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대법원은 명예훼손 등 혐의가 걸린 형사 상고심에선 무죄를 확정했고, 정정·반론보도 청구를 따진 민사에서도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누가 보아도 「PD수첩」 제작진의 승리였다. 보도 책임자였던 조능희 PD는 “처음부터 유죄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비열한 정치사건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조·중·동은 승복하지 않았다. 중앙은 ‘MBC 광우병 허위보도 사과해야’란 사설에서 국민을 근거없는 광우병 공포에 떨게 했다며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는 ‘MBC 광우병 PD수첩 부끄러운 줄 알.. 더보기
변혁은 외부로부터 온다 가령 장기간 해외에 잠적해 있다 돌아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난 1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잘못된 정리해고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당사자 간 합의를 무시한 외부세력들의 개입으로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고 비판했다. 노사가 모처럼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데 김진숙, 희망버스 같은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4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있다.| 경향신문DB 필자는 조 회장이 이럴 걸 벌써 알고 있었다. 무슨 예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에게서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문제가 터진 이래 회사 쪽을 두둔하.. 더보기
2011년 구보씨의 출근길 회사원 구보씨가 새벽 출근을 하면서 확인한 사실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구보씨는 새벽 다섯시 반에 경기도 일산 집을 나서 좌석버스에 올랐다. 그는 다시 감탄한다. 벌써 좌석이 절반 이상 차 있다. 종점에서 그가 타는 ‘8단지앞’까지 정류장이 서너개밖에 안되는 데도 그렇다. 버스가 더 달려 여섯시가 넘으면 자리가 다 찬다. 버스는 곧 서서 가는 승객들로 만원이 된다. 서울 광화문까지 달리는 버스 속 1시간은 쓰임새가 요긴하다. 부족한 잠도 보충하고 여러 가지 상념에도 젖어본다. 구보씨는 관찰한다. 승객은 학생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이 부지런한 사람들은 대체 잠은 언제 자며 언제 쉴까. 모르긴 해도 새벽에 나갔다 밤에 돌아올 텐데. 아무리 베드타운이라고 해도 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