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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아버지의 유산 아버지의 유산이 든든한 정치적 자산인 두 여성 정치인 얘기를 하고자 한다. 한 사람은 박근혜 의원이고, 또 한 사람은 프랑스의 극우정치인 장 마리 르펜의 딸 마린 르펜이다. 두 사람을 불러낸 것은 공통점도 있고 비교되는 것도 있어 흥미롭기 때문이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당수(42)는 내년 5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예 정치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대중운동연합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제쳐 다음 대선에서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며칠 전 사회당의 유력 후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것은 그에게 뜻밖의 호재일 거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 경향신문 DB 신예라곤 해도 마린이 부친의 후광 덕택에 거저 현재에 이른 건 아니다. 세.. 더보기
원전이 정답 아닌 100가지 이유 2001년 발생한 9·11테러는 ‘묵시록적 사건’으로 묘사되곤 했지만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묵시록적 성격이 그보다 더하다고 생각한다. 9·11 며칠 후 나는 한 칼럼에 “사람들이 쌍둥이 빌딩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화염 속에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는 입소문은 이 사건의 묵시록적 성격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세기초였지만 세계무역센터의 드라마틱한 붕괴 광경이 던진 충격은 세기말 묵시록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컸다. 테러 후 세계는 2개의 전쟁에 휘말려들었다. 학자들이 9·11 이전과 이후로 시대구분하는 용어를 쓸 만큼 파장은 심대했다. 그러나 10년 후 일본에서 터진 원전 사고는 묵시록적 사건에 대한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이런 게 진짜 묵시록적 암시 아닌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 더보기
예속이냐 폭로냐 스피노자가 에서 미신을 비판하며 던진 “다중은 왜 예속을 욕망하는가”란 질문은 현대에 와 파시즘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예속을 비판할 때 원용되곤 한다. 그렇다. 민중의 자발적 동의가 파시즘의 주요 자양분이다. 이 자발성이 현대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발견되는 파시즘 현상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자발적 예속과 정반대인 흐름도 존재한다. 조직 내부의 파시즘을 거부하고 불의를 고발·폭로하는 경우다. 그런 사례들도 꽤 있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 기록을 공개한 윤석양 이병, 감사원과 재벌의 유착 비리를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1992년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단체장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준수 연기군수, 2000년 인천 국제공항 .. 더보기
위로받을 곳이 없구나 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가 지진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 위해 말한 것이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그게 조 목사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한 건지는 의문이다. 성직자인 그가 정치인 흉내를 내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거나 “본인을 음해하려는 정치공세”라는 식의 뻔한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일본 지진에 대해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나온)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다고 본다. 그 말이 저 유명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구호, 한국 보수 기독교의 단순명쾌한 사고구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기 목사 | 경향신문 DB 사회비평가 진중권은 조 목사에 대해 “정신병자 목사.. 더보기
속도전의 미망 이명박 정권 3년을 압축 요약하는 핵심단어, 키워드는 ‘속도전’이라고 본다. 그만큼 이 정권 들어와 많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속도전이 펼쳐졌다. 신문기사 검색 사이트인 카인즈에 들어가 ‘속도전’을 쳐 보면 안다. 그 전까지는 드문드문 쓰이던 속도전이란 말이 이명박 정권에 와서는 봇물처럼 쏟아진다. 2008년 말 대통령과 박희태 당 대표는 현 정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속도’란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하여 예산안과 미디어법 등 ‘MB법안’을 강행 처리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속도전의 압권은 4대강 사업이다. 이 정권은 사전 환경성 검토도 안 끝난 상태에서 ‘4대강 살리기’ 기공식을 강행했다. 이후 속도전엔 가속도가 붙었다.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든다며 밤낮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