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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위로받을 곳이 없구나 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가 지진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 위해 말한 것이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그게 조 목사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한 건지는 의문이다. 성직자인 그가 정치인 흉내를 내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거나 “본인을 음해하려는 정치공세”라는 식의 뻔한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일본 지진에 대해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나온)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다고 본다. 그 말이 저 유명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구호, 한국 보수 기독교의 단순명쾌한 사고구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기 목사 | 경향신문 DB 사회비평가 진중권은 조 목사에 대해 “정신병자 목사.. 더보기
속도전의 미망 이명박 정권 3년을 압축 요약하는 핵심단어, 키워드는 ‘속도전’이라고 본다. 그만큼 이 정권 들어와 많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속도전이 펼쳐졌다. 신문기사 검색 사이트인 카인즈에 들어가 ‘속도전’을 쳐 보면 안다. 그 전까지는 드문드문 쓰이던 속도전이란 말이 이명박 정권에 와서는 봇물처럼 쏟아진다. 2008년 말 대통령과 박희태 당 대표는 현 정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속도’란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하여 예산안과 미디어법 등 ‘MB법안’을 강행 처리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속도전의 압권은 4대강 사업이다. 이 정권은 사전 환경성 검토도 안 끝난 상태에서 ‘4대강 살리기’ 기공식을 강행했다. 이후 속도전엔 가속도가 붙었다.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든다며 밤낮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더보기
비교의 함정 통계에 함정이 있듯 비교에도 함정이 있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2009년 4월27일 존 루이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등 의원 5명이 워싱턴 수단 대사관 앞에서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다르푸르 학살사태와 관련해 국제 구호단체들에 추방령을 내린 것에 항의하던 이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자 경찰이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고 한다. 복지국가 실현 연석회의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이 사건을 한국에 보도한 한 신문은 루이스 의원이 민주당 하원 원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여당 실세라며 그러나 경찰의 특별대접은 없었고 의원들도 반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등장하는 게 비교다. 한국 의원들이 국회에서 휘두르는 폭.. 더보기
분노의 격과 과녁 과거로의 역주행 비판도 정도껏 해야지, 또 그 타령이냐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듣는 이도 물리고 하는 이도 지친다. 그래 민주, 인권, 복지 역주행 타령은 그만두기로 하자. 그럼 이 4년차 정권이 잘 해냄직한 다른 분야는 어떤가. 첫째 안보. 아니올시다다. 대통령이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다”며 전쟁불사론을 부추겼다가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왔다갔다 하니 불안하다. 물가. 못 잡는다. 초저금리, 고환율은 그대로 놔두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란 사람이 나서 물가를 잡겠다며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하니 보기 딱하다. 구제역. 무력하다. 사상 최대 규모로 소, 돼지들을 생매장 살처분까지 하며 축산농가들이 고통을 겪지만 이 아비규환이 언제나 끝날지 알 수 없다. 인사. 엉망이다.. 더보기
그들만의 언어 모스크바 대학 시절 고르바초프는 “진리는 늘 구체적이다”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것은 헤겔의 말로, 추상적인 진리란 없으며 진리는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한 번은 란 영화를 보고 고르바초프는 매우 분개했다. 영화 속 농민들은 풍성한 식탁에 행복해하고 있으나 시골 콜호스 출신인 그는 영화가 거짓 선전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신조가 소련 최고지도자가 된 그를 페레스트로이카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페레스트로이카에 실패한 것이 우유부단과 과단성 부족 탓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니 역설적이다. 말을 잘하는 건 두 가지 점에서 어렵다. 생각을 정리해 발화(發話)하는 단계, 그리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단계다. 그것이 장삼이사의 일상어라면 별 일 아니다. 그러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