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2011년 구보씨의 출근길 회사원 구보씨가 새벽 출근을 하면서 확인한 사실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구보씨는 새벽 다섯시 반에 경기도 일산 집을 나서 좌석버스에 올랐다. 그는 다시 감탄한다. 벌써 좌석이 절반 이상 차 있다. 종점에서 그가 타는 ‘8단지앞’까지 정류장이 서너개밖에 안되는 데도 그렇다. 버스가 더 달려 여섯시가 넘으면 자리가 다 찬다. 버스는 곧 서서 가는 승객들로 만원이 된다. 서울 광화문까지 달리는 버스 속 1시간은 쓰임새가 요긴하다. 부족한 잠도 보충하고 여러 가지 상념에도 젖어본다. 구보씨는 관찰한다. 승객은 학생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이 부지런한 사람들은 대체 잠은 언제 자며 언제 쉴까. 모르긴 해도 새벽에 나갔다 밤에 돌아올 텐데. 아무리 베드타운이라고 해도 집.. 더보기 비판하라 ‘가공할 만한 천재’란 찬사를 듣는 슬라보예 지젝이 이런 걸쭉한 농담을 했다. 15세기 몽골 지배 러시아에서 한 농군과 아내가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말을 타고 오던 몽골 전사가 농군에게 그 아낙을 강간하겠다고 이르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땅에 흙먼지가 많으니 내가 일을 치르는 동안 네가 내 고환을 받치고 있어야겠다. 거기가 더러워지면 안되니까.” 몽골인이 일을 마친 후 가버리자 농군은 기뻐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아내가 놀라 까닭을 묻자 농군이 답했다. “그 놈한테 한방 먹였다고! 그놈 불알이 먼지로 뒤덮였단 말이야!” 사상가 슬라보예 지젝 | 경향신문 DB 이것은 옛날 사회주의권 반체제 인사들 사이에서 회자된 농담으로, 그들의 항거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이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 더보기 ‘친기업 반노동’ 보도 유감 1987년 7월 울산 현대중공업 등에서 노사분규가 잇따라 터졌을 때 도하 신문·방송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어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때는 6월항쟁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각성된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현대엔진에 현대 계열사 최초로 노조가 생긴 뒤 노조 결성과 파업 등 쟁의가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이것이 훗날 19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명명된 노사분규의 대분출이었다. 이상한 것은 언론의 보도태도였다. 6월항쟁 때 시민 쪽으로 돌아섰던 언론은 이 쟁의의 실상과 본질을 왜곡해 노동자들을 여론으로부터 고립시켰다. 이런 식이었다. ‘무법·광란, 울산시청 수라장…술 마시고 부수고 노래하고’ ‘현대중 300여명 차고 방화 등 난동 1시간’ ‘사장 등 맨바닥 앉히고 폭언’…. 6월항쟁 | 경.. 더보기 아버지의 유산 아버지의 유산이 든든한 정치적 자산인 두 여성 정치인 얘기를 하고자 한다. 한 사람은 박근혜 의원이고, 또 한 사람은 프랑스의 극우정치인 장 마리 르펜의 딸 마린 르펜이다. 두 사람을 불러낸 것은 공통점도 있고 비교되는 것도 있어 흥미롭기 때문이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당수(42)는 내년 5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예 정치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대중운동연합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제쳐 다음 대선에서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며칠 전 사회당의 유력 후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것은 그에게 뜻밖의 호재일 거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 경향신문 DB 신예라곤 해도 마린이 부친의 후광 덕택에 거저 현재에 이른 건 아니다. 세.. 더보기 원전이 정답 아닌 100가지 이유 2001년 발생한 9·11테러는 ‘묵시록적 사건’으로 묘사되곤 했지만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묵시록적 성격이 그보다 더하다고 생각한다. 9·11 며칠 후 나는 한 칼럼에 “사람들이 쌍둥이 빌딩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화염 속에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는 입소문은 이 사건의 묵시록적 성격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세기초였지만 세계무역센터의 드라마틱한 붕괴 광경이 던진 충격은 세기말 묵시록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컸다. 테러 후 세계는 2개의 전쟁에 휘말려들었다. 학자들이 9·11 이전과 이후로 시대구분하는 용어를 쓸 만큼 파장은 심대했다. 그러나 10년 후 일본에서 터진 원전 사고는 묵시록적 사건에 대한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이런 게 진짜 묵시록적 암시 아닌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