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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비교의 함정 통계에 함정이 있듯 비교에도 함정이 있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2009년 4월27일 존 루이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등 의원 5명이 워싱턴 수단 대사관 앞에서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다르푸르 학살사태와 관련해 국제 구호단체들에 추방령을 내린 것에 항의하던 이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자 경찰이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고 한다. 복지국가 실현 연석회의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이 사건을 한국에 보도한 한 신문은 루이스 의원이 민주당 하원 원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여당 실세라며 그러나 경찰의 특별대접은 없었고 의원들도 반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등장하는 게 비교다. 한국 의원들이 국회에서 휘두르는 폭.. 더보기
분노의 격과 과녁 과거로의 역주행 비판도 정도껏 해야지, 또 그 타령이냐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듣는 이도 물리고 하는 이도 지친다. 그래 민주, 인권, 복지 역주행 타령은 그만두기로 하자. 그럼 이 4년차 정권이 잘 해냄직한 다른 분야는 어떤가. 첫째 안보. 아니올시다다. 대통령이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다”며 전쟁불사론을 부추겼다가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왔다갔다 하니 불안하다. 물가. 못 잡는다. 초저금리, 고환율은 그대로 놔두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란 사람이 나서 물가를 잡겠다며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하니 보기 딱하다. 구제역. 무력하다. 사상 최대 규모로 소, 돼지들을 생매장 살처분까지 하며 축산농가들이 고통을 겪지만 이 아비규환이 언제나 끝날지 알 수 없다. 인사. 엉망이다.. 더보기
그들만의 언어 모스크바 대학 시절 고르바초프는 “진리는 늘 구체적이다”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것은 헤겔의 말로, 추상적인 진리란 없으며 진리는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한 번은 란 영화를 보고 고르바초프는 매우 분개했다. 영화 속 농민들은 풍성한 식탁에 행복해하고 있으나 시골 콜호스 출신인 그는 영화가 거짓 선전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신조가 소련 최고지도자가 된 그를 페레스트로이카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페레스트로이카에 실패한 것이 우유부단과 과단성 부족 탓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니 역설적이다. 말을 잘하는 건 두 가지 점에서 어렵다. 생각을 정리해 발화(發話)하는 단계, 그리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단계다. 그것이 장삼이사의 일상어라면 별 일 아니다. 그러나.. 더보기
북한 상수(常數)론 따로 사는 팔순 노모와 지난 주말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얘기가 나왔다. 어머니가 말했다. “북한한테 암만 많이 갖다줘도 안 통한다. 잘해줘도 이런 식으로 이용만 하고 배반해 끝내 먹힐 거다.” 평소 북한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던 것에 비해 훨씬 단호한 어조였다. 백주에 대포를 쏴 사람이 죽고 피란민까지 많이 나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래도 달래서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회주의라면서 3대째 세습하는, 상궤를 벗어난 집단입니다. 응징, 보복, 강 대 강으론 절대 해결이 안 됩니다.” 덧붙여 겁 줘도 안 통하는 집단이라는 둥 긴 사설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더보기
논리, 비논리, 사기 논리가 푸대접받고 외면당하는 시절이다. 중요한 사회적 논란에서 논리는 쉽사리 무시되고 그 자리를 비논리와 강변, 식언, 변명, 독선이 차지한 듯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 논란에서도 논리는 초라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논리학습서로 지금은 고전이 된 시리즈엔 이런 예문이 있다. “꽃이 피면 봄이 온다고들 한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꽃이 핀 것을 보고 겨울에 쓰던 난로며 두꺼운 옷을 몽땅 싸 두었다. 그런데 한참 동안 겨울날씨는 계속되었다.” 그러곤 이를 통해 성급한 판단의 오류를 깨우쳐 준다. 길에 꽃 핀 것만 보고 봄이 왔다고 판단하는 것은 비약이다. 다른 주변 상황도 두루 살펴야 한다. 꽃 하나로 모든 꽃을 일반화한 것도 잘못이다. G20이 내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로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