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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그들만의 언어 모스크바 대학 시절 고르바초프는 “진리는 늘 구체적이다”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것은 헤겔의 말로, 추상적인 진리란 없으며 진리는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한 번은 란 영화를 보고 고르바초프는 매우 분개했다. 영화 속 농민들은 풍성한 식탁에 행복해하고 있으나 시골 콜호스 출신인 그는 영화가 거짓 선전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신조가 소련 최고지도자가 된 그를 페레스트로이카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페레스트로이카에 실패한 것이 우유부단과 과단성 부족 탓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니 역설적이다. 말을 잘하는 건 두 가지 점에서 어렵다. 생각을 정리해 발화(發話)하는 단계, 그리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단계다. 그것이 장삼이사의 일상어라면 별 일 아니다. 그러나.. 더보기
북한 상수(常數)론 따로 사는 팔순 노모와 지난 주말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얘기가 나왔다. 어머니가 말했다. “북한한테 암만 많이 갖다줘도 안 통한다. 잘해줘도 이런 식으로 이용만 하고 배반해 끝내 먹힐 거다.” 평소 북한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던 것에 비해 훨씬 단호한 어조였다. 백주에 대포를 쏴 사람이 죽고 피란민까지 많이 나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래도 달래서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회주의라면서 3대째 세습하는, 상궤를 벗어난 집단입니다. 응징, 보복, 강 대 강으론 절대 해결이 안 됩니다.” 덧붙여 겁 줘도 안 통하는 집단이라는 둥 긴 사설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더보기
논리, 비논리, 사기 논리가 푸대접받고 외면당하는 시절이다. 중요한 사회적 논란에서 논리는 쉽사리 무시되고 그 자리를 비논리와 강변, 식언, 변명, 독선이 차지한 듯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 논란에서도 논리는 초라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논리학습서로 지금은 고전이 된 시리즈엔 이런 예문이 있다. “꽃이 피면 봄이 온다고들 한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꽃이 핀 것을 보고 겨울에 쓰던 난로며 두꺼운 옷을 몽땅 싸 두었다. 그런데 한참 동안 겨울날씨는 계속되었다.” 그러곤 이를 통해 성급한 판단의 오류를 깨우쳐 준다. 길에 꽃 핀 것만 보고 봄이 왔다고 판단하는 것은 비약이다. 다른 주변 상황도 두루 살펴야 한다. 꽃 하나로 모든 꽃을 일반화한 것도 잘못이다. G20이 내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로써.. 더보기
걸그룹과 ‘슈퍼스타 K2’ 열기 유감(遺憾) 요즘 두 개의 두드러진 대중문화 ‘현상’이 시선을 잡아끈다. 하나는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걸그룹 열풍이다. 당초 필자는 ‘열풍’이란 표현이 필시 우리의 희망이 담긴, 과장된 것이겠거니 했지만 그게 아닌가 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난 8월 말 9시뉴스인 에서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가 이날 도쿄에서 새 앨범 발표회(쇼케이스)를 열었다는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카라와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들의 일본 진출 소식도 전했다. NHK가 연예뉴스를 이렇게 비중있게 다룬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럴 만한 뉴스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걸그룹의 일본 내 열풍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궁금한 것은 한국 걸그룹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다. 아시아 아이돌 문화의 종주국은 일본인데 어떻게.. 더보기
조상님 음덕(蔭德)만으론 안된다 지난 추석은 가세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더러는 가문에 대한 자부심도 다지고 돌아왔을 터다. 어떠셨는가. 집안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는지. 정치인들은 이른바 추석민심에 민감하지만 대개 아전인수, 자화자찬으로 흐르니 귀담아 들을 게 못 된다. 대표적인 것이 엊그제 청와대가 내놓은 ‘추석민심 종합분석’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50%를 넘어 50.9%로 나왔다고 한다. 8·15 이후 밝힌 공정사회,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등이 높게 평가받은 덕분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추석민심이 안 좋다는데 내가 만나본 기업인들은 지금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의 인식은 차례상 차리기도 힘든 물가폭탄에 수도권 물폭탄으로 민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