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좌파적’ 올림픽 개막식 지난 주말 열린 런던올림픽 개막식 공연의 파격성이 화제다. 이런 유의 개막식에 관한 기존 틀을 여지없이 깨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산업혁명을 소재로 삼은 점이다. 영국이 18세기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만큼 그 뿌리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라 할 수도 있겠지만, 뜯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 병폐까지 함께 다룬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노동자들이 비참한 삶에 빠진 상황을 묘사했다.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대형 굴뚝들이 연기를 뿜어낸다. 산업혁명과 도시화가 진행된 당시 런던에선 시커먼 굴뚝 속에서 청소를 마친 소년들이 꺼내달라고 비명을 지르곤 했다. 그러나 그 아래의 노동자들은 시뻘건 쇳물을 쏟아내는 용광로 작업에 지쳐 무심한 표정이다. 공연 2막의 제목을 ‘악마의 맷돌(Dark Sat.. 더보기 [여적] 루비콘강을 건너다 흔히들 ‘루비콘강을 건넜다’란 표현을 쓴다. 가령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MBC 파업사태와 관련해 “김재철 사장이 루비콘강을 건넌 것 같다”고 했다. 김 사장이 야당 인사 21명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낸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얼마 전 그리스의 긴축 프로그램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긴축 재협상은 건널 수 없는 루비콘강”이란 표현을 썼다. 이렇게 ‘루비콘강을 건너다’는 말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서다란 뜻으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유래에는 자못 의미심장한 사연이 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절체절명(絶體絶命)적 성격이 그렇다. 기원전 49년 로마의 갈리아주 총독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란 .. 더보기 내가 사랑한 러시아 외국에 가면 인간이 철저히 상황 속의 존재란 사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평소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예를 들어 보겠다. 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승객들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로 가차없이 분류된다. 마치 삶이 처절한 ‘계급투쟁’의 현장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필자의 동료는 언젠가 미국에서 이코노미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뜻밖의 호사를 누렸는데, 그 월등한 안락함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한다. 이건 외국여행에 대한 우스갯소리지만, 필자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상황인식이 명료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모스크바 북쪽 인구 25만인 고도 벨리키 노브고로드의 7월은 밤 11시에도 아직.. 더보기 이전 1 ··· 91 92 93 94 95 96 97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