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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러시아 외국에 가면 인간이 철저히 상황 속의 존재란 사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평소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예를 들어 보겠다. 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승객들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로 가차없이 분류된다. 마치 삶이 처절한 ‘계급투쟁’의 현장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필자의 동료는 언젠가 미국에서 이코노미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뜻밖의 호사를 누렸는데, 그 월등한 안락함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한다. 이건 외국여행에 대한 우스갯소리지만, 필자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상황인식이 명료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모스크바 북쪽 인구 25만인 고도 벨리키 노브고로드의 7월은 밤 11시에도 아직.. 더보기
[여적] 간서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1960년대 노래 ‘I Am a Rock(나는 바위다)’ 가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I have my books/ And my poetry to protect me(내겐 날 지켜줄 책이 있고 시가 있다).” 노래 속 ‘나’는 왜 이런 다짐을 하고 있을까. 바로 사랑 때문이다. “사랑 얘기는 하지 말라/ 전에 그런 단어를 들어봤지만/ 이젠 내 기억 속에 잠들어 있을 뿐.” 이 노래에서 책과 시는 힘겨운 사랑으로부터의 도피처 내지 방어막으로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문자 그대로 간서치(看書癡), 즉 책만 보는 바보들이 있다. 책만 읽어서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란 뜻으로, 가히 ‘역사적’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가 난 간서치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였다. 스.. 더보기
[여적] 박근혜의 독사과 한 팝아티스트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백설공주로 묘사한 포스터 여러 장을 지난주 부산 번화가 버스정류장 등에 붙였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고 한다. 포스터엔 박 의원이 백설공주 차림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사과를 들고 있다. 첫눈에 동화 백설공주의 패러디로, 박 의원이 든 것이 독사과임이 짐작된다. 대충 스토리라인이 그려진다. 경찰은 이게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며 조사하겠다고 한다. 미상불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이 떨어지는 상상력 빈곤의 시대에 경찰이 ‘박근혜 독사과’를 심한 불경죄로 간주했음 직도 하다. 28일 부산 동구 부산진역 앞 등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박근혜 신데렐라' 포스터. 그러나 박근혜에게는 아버지 박정희라는 논쟁적 유산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