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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도량 베풀기의 조건 엊그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유족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오겠다는데 굳이 막을 것까지 있었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렇게 속좁은 짓만 하니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다”거나 “소인배의 행동”이라고 비판하는 댓글들이 보인다. 한마디로 너그럽고 속이 깊은 마음씨, 즉 도량(度量)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도량은 아무 때나 베풀어지는 게 아니다. 도량을 주고받을 만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게 뭔가. 박근혜 후보는 요즘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을 만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진정성 없는 정치쇼’란 야권의 비난을 무릅쓰고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등 이른바 광폭행보의 일부분이다. 문제는 그 일방통행성.. 더보기
유쾌한 ‘예측불허’는 없을까 별명이 ‘이리가리’인 선배가 있었다. 생각이 종잡을 수 없이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후배들이 붙인 거였는데, 흉보다는 애칭 성격이 강했다. 이리가리는 ‘이레귤러(불규칙적)’의 일본식 발음이다. 옛날엔 TV 야구 중계에서 타구가 야수 앞에서 불규칙적으로 튀어오르면 ‘이리가리 바운드가 났네요’란 웃지 못할 해설이 나오곤 했다. 그가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은 가령 평소엔 극우적 태도이다가 갑자기 급진으로 돌변하는 식의 예측불허 성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장삼이사들이 ‘이리가리’인 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런다면 문제가 크다. 대표적인 인물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떠오른다. 참 극단적인 예측불허의 정치인, 대통령이었다. 1991년 보수파 쿠데타 때 의사당을 봉쇄한 탱크 위에 올라가 연설한 .. 더보기
[여적] 집권당의 견강부회 가끔 정치인의 발언이 어디선가 이미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시감(旣視感)이다. 엊그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빈발하는 ‘묻지마 살인’을 두고 한 말이 그렇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만만 키우는 민주당 구태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는 분위기를 계속 강화시키고 있다”며 “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의 저질행태, 심지어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살인 행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2010년 3월16일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한 말과 매우 비슷하다. “10년간의 좌파정권 기간 동안에 편향된 교육이 이뤄졌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많은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고,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