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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집권당의 견강부회 가끔 정치인의 발언이 어디선가 이미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시감(旣視感)이다. 엊그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빈발하는 ‘묻지마 살인’을 두고 한 말이 그렇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만만 키우는 민주당 구태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는 분위기를 계속 강화시키고 있다”며 “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의 저질행태, 심지어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살인 행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2010년 3월16일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한 말과 매우 비슷하다. “10년간의 좌파정권 기간 동안에 편향된 교육이 이뤄졌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많은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고,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 더보기
[여적] 아메리카노, 커피 심부름 논쟁 통합진보당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름하여 ‘아메리카노 논쟁’이다. ‘커피 심부름 논쟁’이라고도 한다. 발단은 지난주 백승우 통진당 전 사무부총장이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대표단 회의 중에도 커피 심부름을 통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는 것을 비판한 것이었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들을 보면서 노동자·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도 했다. 백씨는 이날 “유 전 대표가 ‘통진당이 국민에게 해로운 당이 되었다’는 등 파괴적 언동을 했다”고 비판했고,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아메리카노 심부름 건이었다. 이게 아무래도 의식 과잉이며 논리 비약이었다. 먼저 드는 생각은 진보, 보수를 떠나 그만.. 더보기
[여적] 사라지는 재래시장들 재래(在來)가 붙는 말은 왠지 서글프다.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온 것’이란 게 이미 신식, 첨단에 밀려날 운명임을 감추고 있기 때문인가. 시골 재래식 화장실처럼 재래는 기피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재래란 말은 대개 케케묵고 비능률적이고 불편한 것에 붙는다. 재래종, 재래식 부엌, 재래식 가옥, 재래식 영농법…. 재래시장도 그렇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밀려나고 급기야 사라지고 있다. 지난주 경향신문은 이달 말 문을 닫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시장 르포를 실었다. 1968년 문을 열어 44년 된 시장이지만 왁자지껄하던 옛날 분위기는 간데없다. 남은 30여개 가게 주인들이 “여길 떠나면 어디로 가나” 한숨 짓고 있다. 이런 폐업의 운명은 이곳만이 아니다. 전국 재래시장은 2003년 1695곳에서 201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