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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보다 민주주의의 문제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갖고 말이 많은데, 초점을 잘못 짚은 듯하다. 구체성이 부족하다. 대선 후보로서 그의 문제점은 역사인식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걸 역사인식이라는 추상적이고 고상한 문제로 분식하는 건 잘못이다. 민주주의는 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다. 그런데 박 후보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신념은 매우 흐릿해 보인다. 그 증거는 널려 있다. 과거사, 특히 아버지 박정희의 18년 집권 시대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성경을 보면 저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하고 통곡했지만, 박 후보는 결코 아버지를 부인·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 10월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길 문제”가 된다. 이런 생각은 놀.. 더보기
[여적] 슬픈 1위 언제부터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눈에 띄면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엔 또 뭐가 1위에 올랐나. 좋은 1위 말고 나쁜 1위 말이다. 이건 꼭 비관적이거나 패배주의적인 사고 탓이 아니다. 한국은 자살률부터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 하루 평균 42.6명이다. 더 나쁜 건 OECD 국가들의 평균 자살률은 줄고 있는데, 우리는 급증세란 점이다. 어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언론은 다시 이런 숫자들을 나열했다. ‘슬픈 1위’는 이것 말고도 많다.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5%로 역시 OECD 1위다.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72명이나 된다. 이 밖에 별의별 분야에서 한국은 OECD 1위에 올라 있다. 성인 1인당 음주량,.. 더보기
[여적] 지하생활자의 수기 언론은 빈발하는 새로운 양상의 범죄들에 적절한 작명을 하느라 분주하다. 절망, 증오, 분노, 묻지마, 자포자기 같은 수식어들이 범죄·살인 앞에 붙곤 한다. 이들 범죄는 각양각색이지만 공통 코드가 있다. 외톨이형 범죄란 것이다. 견해가 다를 수도 있겠으나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도 그 범주다. 범인이 오랜 기간 PC방을 전전해왔고, 게임광이었다는 점에서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이나 의정부역 흉기 난동은 비교적 ‘신종’이란 이유에서 미국, 일본에서 발생한 선례들과 비교 분석되기도 한다. 여의도에서 전 직장동료와 행인들에게 마구 칼을 휘두른 김모씨 사건은 일본의 도리마(通り魔) 사건과 비슷하다고 한다. 분노 대상을 공개 ‘응징’한 것 등 미국형 다중살인을 닮았다고 보기도 한다. 총이 아닌 칼을 사용했다 뿐, 영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