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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지하생활자의 수기 언론은 빈발하는 새로운 양상의 범죄들에 적절한 작명을 하느라 분주하다. 절망, 증오, 분노, 묻지마, 자포자기 같은 수식어들이 범죄·살인 앞에 붙곤 한다. 이들 범죄는 각양각색이지만 공통 코드가 있다. 외톨이형 범죄란 것이다. 견해가 다를 수도 있겠으나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도 그 범주다. 범인이 오랜 기간 PC방을 전전해왔고, 게임광이었다는 점에서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이나 의정부역 흉기 난동은 비교적 ‘신종’이란 이유에서 미국, 일본에서 발생한 선례들과 비교 분석되기도 한다. 여의도에서 전 직장동료와 행인들에게 마구 칼을 휘두른 김모씨 사건은 일본의 도리마(通り魔) 사건과 비슷하다고 한다. 분노 대상을 공개 ‘응징’한 것 등 미국형 다중살인을 닮았다고 보기도 한다. 총이 아닌 칼을 사용했다 뿐, 영락.. 더보기
[여적] 도량 베풀기의 조건 엊그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유족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오겠다는데 굳이 막을 것까지 있었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렇게 속좁은 짓만 하니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다”거나 “소인배의 행동”이라고 비판하는 댓글들이 보인다. 한마디로 너그럽고 속이 깊은 마음씨, 즉 도량(度量)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도량은 아무 때나 베풀어지는 게 아니다. 도량을 주고받을 만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게 뭔가. 박근혜 후보는 요즘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을 만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진정성 없는 정치쇼’란 야권의 비난을 무릅쓰고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등 이른바 광폭행보의 일부분이다. 문제는 그 일방통행성.. 더보기
유쾌한 ‘예측불허’는 없을까 별명이 ‘이리가리’인 선배가 있었다. 생각이 종잡을 수 없이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후배들이 붙인 거였는데, 흉보다는 애칭 성격이 강했다. 이리가리는 ‘이레귤러(불규칙적)’의 일본식 발음이다. 옛날엔 TV 야구 중계에서 타구가 야수 앞에서 불규칙적으로 튀어오르면 ‘이리가리 바운드가 났네요’란 웃지 못할 해설이 나오곤 했다. 그가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은 가령 평소엔 극우적 태도이다가 갑자기 급진으로 돌변하는 식의 예측불허 성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장삼이사들이 ‘이리가리’인 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런다면 문제가 크다. 대표적인 인물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떠오른다. 참 극단적인 예측불허의 정치인, 대통령이었다. 1991년 보수파 쿠데타 때 의사당을 봉쇄한 탱크 위에 올라가 연설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