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무인도 필자는 가끔씩 경기·충남 서해안으로 바람을 쐬러 간다.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지명이다. 가령 충남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지나간다. 흥미를 끄는 것은 예외없이 한자 일색인 무슨 읍 무슨 리 다음에 나오는 마을 지명들이다. 기기묘묘한 순우리말 이름들이 넘쳐난다. 뛰밭머리, 큰바탕, 서륙개, 산내골, 그물목, 되네기, 빼미…. 이런 이름들이 언제 어떻게 지어졌으며, 어떤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건 이곳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향토색 짙은 민족문학을 추구한 작가 김정한 선생(1908~1996)은 생전에 우리말 구사에 대한 엄격한 신조로 유명했다. 한 번은 제자 최영철 시인을 이런 말로 꾸짖었다고 한다.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 더보기
[여적] 밀봉과 소통 러시아 혁명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열차가 나온다. 바로 ‘밀봉 열차’다. 레닌은 망명지 스위스에서 밀봉 열차를 타고 독일, 스웨덴을 거쳐 1917년 4월3일 페트로그라드에 도착한다. 이 열차는 1차 세계대전의 적국 독일이 내준 것이었다. 독일은 레닌이 귀국하면 대독전 중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지만, 한편으론 레닌 일행이 독일에 사회주의를 전파할 것이 두려워 특수제작한 봉인 열차를 제공했다고 한다. 레닌은 이 열차 안에서 볼셰비키당의 기본적 전술을 작성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4월 테제’다. 그러고보면 이 밀봉 열차는 귀국길의 레닌이 급진적 혁명의지를 굳게 다지며 생각을 가다듬는 유용한 공간이 되었음직하다. 레닌은 3주간의 노선투쟁 끝에 ‘4월 테제’를 채택시켰고, 그해 10월혁명에 성공한다. 밀봉.. 더보기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지난해 말 황석영의 소설 (1971년)를 다시 읽었다. 갑자기 떠오른 이 소설 마지막 문장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때문이었다. 대선 직후부터 이 말이 좀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듬해에 발표된 이 소설을 옛날보다 꼼꼼히 읽었다. 는 작가의 28세 때 작품임에도 사실적이고 긴박한 문체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묘파해 한국 노동문학의 고전이 됐다. 헤밍웨이도 1926년 27세에 첫 장편 로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소설은 1차 세계대전 후 파리 등을 배경으로 저마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취해 흐느적거리는 ‘잃어버린 세대’의 허무감을 잘 그렸다.의 줄거리는 이렇다. 1960년대 운지 바닷가 간척 공사장. 젊은 주인공 동혁과 대위란 별명의 사내 등은 너무 낮은 임금과 비인간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