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영화보다 아픈 현실 은 형제애를 그린 괜찮은 영화다. 주인공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과 이기적인 동생이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관계지만 부친이 남긴 유산 문제로 오랜만에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며 마음을 열어간다. 동생 찰리는 형 레이먼이 어렸을 적 자기 기억 속의 ‘레인 맨’임을 알게 되고 뜨거운 형제애를 깨닫는다. 찰리는 진정으로 형의 보호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결국 아쉬움 속에 형을 병원으로 돌려보낸다. 때론 현실이 이런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슬프다. 다름 아닌 현실과 허구의 차이 탓이다. 허구가 아무리 촘촘하게 스토리를 직조한들 생생하게 다가오는 현실을 능가할 수 없다. 그래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왕왕 영화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훨씬 잔인하다. 영화 (1988) 포스터. 자폐증 형(왼쪽, 더스틴 호프만)과 이.. 더보기 철탑 농성이 남의 일이 아닌 까닭 이봉조가 작곡하고 현미가 부른 옛날 노래 ‘몽땅 내사랑’(1967년)의 가사가 재미있다. “길을 가다가 사장님 하고 살짝 불렀더니/ 열에 열 사람 모두가 돌아보네요/ 사원 한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데/ 왜 이렇게 사장님은 흔한지 몰라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사장님….” 당시 사회 경제가 얼마나 ‘사장님 양산 체제’였길래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이 가사를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비정규직”으로. 우리는 그만큼 비정규직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는 사회복지사도,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도 태반이 비정규직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2명도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회사에 불법파.. 더보기 [여적] 과학과 예측력 과학자가 부실한 예측 때문에 큰 피해를 일으켰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론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이탈리아 법원은 이례적으로 그렇다고 판결했다. 이 나라 라퀼라 법원은 지난 월요일 국립 대재난위원회 소속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 등 7명에게 징역 최고 6년형을 선고했다. 죄목은 다중에 대한 비고의(非故意) 살인이었다. 2009년 4월6일 중부도시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나서 300여명이 숨졌다. 문제는 이들이 그보다 겨우 6일 앞서 당시 계속되는 자잘한 지진들이 대지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를 믿고 피난을 안 간 사람들이 다수 희생됐다. 그러자 이탈리아와 세계 과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런 반응이다.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잘못된.. 더보기 이전 1 ··· 83 84 85 86 87 88 89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