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저격수 저격수 하면 필자에게 떠오르는 것이 ‘저격수의 골목’이다. 1992년 유고연방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수도 사라예보를 포위한 채 이슬람을 믿는 보스니아계 등을 공격했다. 이때 악명을 떨친 길이 있다. 사라예보 공업지대와 구시가 문화유적지를 잇는 이 길은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용(龍)의 거리’란 본명보다는 ‘스나이퍼 앨리’로 불렸다. 문자 그대로 ‘저격수의 골목’이다. 보스니아어로도 ‘스나이페르스카 알레야’로 같은 뜻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희생됐다. 세르비아계 저격수들은 인근 고층 빌딩이나 산악지대에 숨어 지나가는 시민들을 조준 사격했다. 3년여 내전 동안 이곳에서 자행된 저격으로 1030명이 다쳤고, 225명이 숨졌으며 이 중 60명이 어린이란 통계도 .. 더보기 [여적] 추운 나라에서 온 여성 의원 엘레나 푸쉬카료바(63)는 러시아 툰드라 지대인 야말 네네츠 자치구 출신 두마(하원) 의원이다. 이 추운 지방에서 온 여성 정치인을 엊그제 만났다. 그는 국내 대학에서 ‘러시아 북쪽 토착민들 삶과 법률적 문제’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왔다. 이 지역 소수민족 네네츠인인 푸쉬카료바 의원은 네네츠 구비문학·민속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구 4만1000명인 네네츠 사람들은 이태 전 SBS의 특집 다큐멘터리 에서 ‘마지막 순록 유목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자연 툰드라의 혹독한 기후가 주요 화제가 됐다. 러시아란 나라가 원래 추운 곳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란 네네츠 자치구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제 행정수도 살레하르트의 최저 기온은 영하 27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1.. 더보기 [여적] 고공농성의 진실 노동자들이 철탑 위로 자꾸 올라가고 있다. 왜들 올라가나.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는 명언을 남겼다지만 노동자들의 철탑행은 무슨 깊은 철학에 이끌려서가 아니다. 심오한 까닭이 있을 수 없다. 주목받고 싶어서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니 올라가는 거다. 지난 20일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오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보면 안다. 이들은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이 전날 병원으로 실려가자 철탑농성을 결정했다. 그는 41일째 단식 중 쓰러졌다. 길거리에 나와 목숨을 건 단식을 해도 정치권이 해고자 복직 문제를 외면하니 남은 선택은 철탑농성밖에 없었다. 세상은 그 절박성과 불가피성을 이해해야 한다. 38일째 철탑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 더보기 이전 1 ··· 81 82 83 84 85 86 87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