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용산 '사건' 작년 가을 우리 동부전선에서 터진 깜짝 놀랄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북한 병사가 3중철책을 넘어 최전방 소초 문을 두드려 탈북의사를 밝힌 사건이다. 충격적인 이 사건은 ‘노크 탈북’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으나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경향신문도 10월11일자 1보에선 ‘북한군 병사가 내무반 문 두드릴 때까지도 몰랐다’고만 보도했다. 사건이 ‘노크 탈북’으로 회자된 건 그 며칠 후부터다. 누가 처음 붙인 건지는 모르나 ‘노크 탈북’은 사건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썩 잘 지은 사건명 같다. 군에야 두고두고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남겠지만. 언론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요약·정의하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게 빠르고 생생한 뉴스를 전해야 하는, 사건을 먹고사는 저널리즘의 생리다. 그러다 보니 특정.. 더보기
[여적] 세로명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에게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속담이다. 중국에도 ‘기러기는 날아가면 울음소리를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좋은 명성을 남긴다’란 말이 있다. 아무렴 태어나 입신양명(立身揚名), 곧 사회적으로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 드날리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세상에선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리는 도구인 명찰, 이름표도 중요하다. 명찰은 때로 자부심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특히 제복 문화에 그런 경우가 많다. 가령 빨간명찰은 해병대의 상징이다. 그래서 해병대원들에겐 빨간명찰을 뺏기는 것을 굉장한 치욕으로 여기는 정서가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전에 해병 모 부대에서는 후임병을 구타한 가해병사가 빨간명찰을 회수당한 일이 있었다.. 더보기
[여적] 검증의 검증 스포츠에서 선수와 심판이 자기 역할을 혼동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축구를 하던 선수가 주심으로 돌변해 파울 호각을 불어댄다면. 경기 진행이 엉망이 되는 것 정도가 아니라 게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선수는 열심히 뛰고, 심판은 공정하게 판정을 하면 된다. 그게 이 바닥의 룰이다. 뜬금없이 선수와 심판 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를 두고 선수와 심판을 혼동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고 발표하자 엊그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다시 한번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민간을 통해 재검증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나 진배없다. 문제의 초점은 감사원 감사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