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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래부 조지 오웰이 1949년 쓴 소설 의 무대 오세아니아엔 정부부처가 네 개 있다. 역설적이게도 내건 이름과 하는 일이 백팔십도 다르다. 전쟁을 관장하는 부는 평화부(Ministry of Peace)이고, 사상범죄 처벌 등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부는 애정부(Ministry of Love)다. 경제문제를 책임지는 부엔 풍요부(Ministry of Plenty)란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론 매일 배급량 감소만 발표한다. 보도·연예·교육·예술을 관장한다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는 주요 업무가 모든 정보를 통제, 조작하는 일이다. 주인공 윈스턴이 근무하는 진리부의 거대한 벽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란 당의 슬로건이 붙어 있다. 이 구호는 ‘빅 브러더’의 얼굴과 함께 25센트짜리 동.. 더보기
[여적] 노익장 청렴하면서 가난하다는 뜻의 청빈(淸貧)은 좋은 말이지만, 그게 강요에 의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강요된 청빈은 비참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강요당한 청빈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청빈과 뜻이 천양지차다. 그럴 땐 청빈이란 헷갈리는 말보다는 가난이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할 거다.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노익장(老益壯)도 참 좋은 말이다. 늙어서 더욱 왕성하다는 뜻인 이 말은 중국의 에서 유래한다. “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대장부라는 자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란 의미다. 후한 광무제 때 명장 마원은 만족의 반란이 터지자 왕에게 토벌 책임을 맡겨 달라고 간청한다. 왕이 그가 늙었다는 이.. 더보기
[여적] 무인도 필자는 가끔씩 경기·충남 서해안으로 바람을 쐬러 간다.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지명이다. 가령 충남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지나간다. 흥미를 끄는 것은 예외없이 한자 일색인 무슨 읍 무슨 리 다음에 나오는 마을 지명들이다. 기기묘묘한 순우리말 이름들이 넘쳐난다. 뛰밭머리, 큰바탕, 서륙개, 산내골, 그물목, 되네기, 빼미…. 이런 이름들이 언제 어떻게 지어졌으며, 어떤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건 이곳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향토색 짙은 민족문학을 추구한 작가 김정한 선생(1908~1996)은 생전에 우리말 구사에 대한 엄격한 신조로 유명했다. 한 번은 제자 최영철 시인을 이런 말로 꾸짖었다고 한다.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