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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구로공단의 추억 1967년 준공된 한국 최초의 공단, 구로공단은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주역은 우리의 어린 누이들이었다. 그들은 부모와 오빠·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봉제, 섬유, 가발 공장 등지에서 땀을 흘렸다. 1985년 말쯤 필자는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야근 중인 여성 노동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소녀한테서 “2년 만기 10만원짜리 적금을 붓고 있다”는 말을 듣고 “100만원이라고요?”라고 되물었다가 무안해진 일이 기억난다.구로공단은 노동자들이 치열한 삶을 꾸린 터전이었지만 대학생들의 의식화 현장이기도 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 공단에 미싱사로 취업해 동맹파업을 주도했다. 1978년 출간된 조세희의 에 나오는 ‘은강공단’도 구로공단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작가는 2004년 구로동에서 노.. 더보기
[여적] 조하르 두다예프의 기억 보스턴 테러가 터진 후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조하르란 이름이었다. 범인으로 지목된 차르나예프 형제 중 형 이름이 타멜란(26·사망), 동생이 조하르(19)다. 이 이름은 나를 체첸 대통령 조하르 두다예프(1944~1996)의 기억으로 이끌었다. 구소련에서 체첸이 배출한 유일한 공군장성(소장)인 그는 소련이 붕괴하자 체첸 독립운동에 나섰다. 1994년엔 러시아가 침공하자 처절한 민족해방 전쟁을 벌였다. 그는 사생관이 뚜렷한 지도자였다. 러시아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이따금씩 기자회견을 했다. 1995년 초 한 신문이 “기자를 가장한 러시아 비밀정보원의 접근이 두렵지 않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나의 생명은 정보원이나 러시아 정부가 아니라 신에게 속해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대담.. 더보기
[여적] 말의 개념 “그 사람 개념이 없다”고 하면 상식을 벗어난 행동, 태도가 거슬린다는 뜻이다. 이런 특수한 용례도 있지만 어떤 사물과 현상의 개념을 올바르게 안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개와 고양이의 개념이나, 춥다와 덥다의 개념 같은 게 사람마다 헷갈린다면 세상은 정상적 소통을 포기해야 할 거다. 원시인들의 말에는 ‘추상(抽象)’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예를 들어 ‘걷다’란 일반적 개념의 동사 대신 ‘어슬렁어슬렁 걷다’ ‘허겁지겁 걷다’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에 따라 다른 동사를 사용했다고 한다. 밤하늘의 달도 최초에는 ‘초승달’ ‘반달’ ‘보름달’처럼 별개의 명사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그러다 인간 사유와 추상능력이 발달하면서 추상성을 가진 언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어의 추상성은 양날의 칼 같은 존재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