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국적과 정체성 오지 여행가, 긴급구호 활동가 한비야는 한마디로 세계인이다. 어려서부터 세계지도 보는 걸 좋아했다지만 언어도 핏줄도 다른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끝없이 소통하며 살아온 그의 삶 자체가 코즈모폴리턴적이다. 당연히 국가와 민족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민족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2001)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외국에서 낯선 사람끼리 만나면 맨 처음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름일까? 천만에. 바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다. 국제회의에서 모르는 참가자들끼리 만날 때에도 명찰에 써 있는 국적이 이름보다 훨씬 궁금하다.” 그는 국적을 알면 공통화제를 찾기 쉽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나를 확인시키는 첫 번째 창은 한비야가 아니라 ‘한국.. 더보기
[여적] 소련이 무너진 사연 벌써 20여년 전 일이다. 1991년 8월19일 국제부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오니 외신 텔레타이프로 ‘불레틴’(급전)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 기억으로 제1보는 “고르바초프 유고”였다.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켜 고르비는 휴가 중인 크림반도에서 연금됐다. 모스크바 시내에 탱크가 배치됐다. 이들은 개혁 개방을 거부하고 권력 이양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저항했고 쿠데타는 ‘3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쿠데타를 계기로 공산당은 급속히 세력이 약화되고 연방 붕괴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1991년 12월8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지도자들은 소련 해체와 독립국가연합(CIS) 창설에 합의했다. 12월25일 마침내 고르바초프는 연방 해체를 발표했다. 1991년 8월 19일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보리스 .. 더보기
증세 없는 복지국가? 지난 2일 서울에 사는 ㅊ씨(49·여)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51)과 두 아들을 남겨둔 채였다. 형제는 각각 두 살 무렵부터 뮤코다당증이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은 몸에 쌓이는 이물질 분해 효소가 부족해 신체 기관들이 성장을 멈추고 기능을 잃게 만든다. 지능도 안 자라 형제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저 기저귀를 차고 누워있을 뿐이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으나 경찰은 고인이 중증장애 형제를 돌보느라 너무나 힘들어 하다 자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 6일 한겨레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기사 제목이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희귀병 두 아들 손발이 돼 20년, 엄마는 버티다 못해…” 지난 7일 조간신문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주요 뉴스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