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노익장 청렴하면서 가난하다는 뜻의 청빈(淸貧)은 좋은 말이지만, 그게 강요에 의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강요된 청빈은 비참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강요당한 청빈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청빈과 뜻이 천양지차다. 그럴 땐 청빈이란 헷갈리는 말보다는 가난이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할 거다.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노익장(老益壯)도 참 좋은 말이다. 늙어서 더욱 왕성하다는 뜻인 이 말은 중국의 에서 유래한다. “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대장부라는 자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란 의미다. 후한 광무제 때 명장 마원은 만족의 반란이 터지자 왕에게 토벌 책임을 맡겨 달라고 간청한다. 왕이 그가 늙었다는 이.. 더보기 [여적] 무인도 필자는 가끔씩 경기·충남 서해안으로 바람을 쐬러 간다.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지명이다. 가령 충남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지나간다. 흥미를 끄는 것은 예외없이 한자 일색인 무슨 읍 무슨 리 다음에 나오는 마을 지명들이다. 기기묘묘한 순우리말 이름들이 넘쳐난다. 뛰밭머리, 큰바탕, 서륙개, 산내골, 그물목, 되네기, 빼미…. 이런 이름들이 언제 어떻게 지어졌으며, 어떤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건 이곳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향토색 짙은 민족문학을 추구한 작가 김정한 선생(1908~1996)은 생전에 우리말 구사에 대한 엄격한 신조로 유명했다. 한 번은 제자 최영철 시인을 이런 말로 꾸짖었다고 한다.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 더보기 [여적] 밀봉과 소통 러시아 혁명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열차가 나온다. 바로 ‘밀봉 열차’다. 레닌은 망명지 스위스에서 밀봉 열차를 타고 독일, 스웨덴을 거쳐 1917년 4월3일 페트로그라드에 도착한다. 이 열차는 1차 세계대전의 적국 독일이 내준 것이었다. 독일은 레닌이 귀국하면 대독전 중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지만, 한편으론 레닌 일행이 독일에 사회주의를 전파할 것이 두려워 특수제작한 봉인 열차를 제공했다고 한다. 레닌은 이 열차 안에서 볼셰비키당의 기본적 전술을 작성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4월 테제’다. 그러고보면 이 밀봉 열차는 귀국길의 레닌이 급진적 혁명의지를 굳게 다지며 생각을 가다듬는 유용한 공간이 되었음직하다. 레닌은 3주간의 노선투쟁 끝에 ‘4월 테제’를 채택시켰고, 그해 10월혁명에 성공한다. 밀봉.. 더보기 이전 1 ··· 78 79 80 81 82 83 84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