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착각 인간은 착각하는 동물이다. 여기에 호모 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 호모 루덴스(유희인), 호모 로퀜스(언어인)처럼 ‘호모 어쩌구’ 하는 학명이 붙은 건 아니지만 착각이 평생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은 분명하다. 착각은 자유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런 말도 있다. 미국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란 실험을 했다. 두 팀이 각각 3명씩 팀을 이뤄 농구공을 패스하는 동영상이 있다. 한 팀은 흰색 셔츠, 다른 팀은 검은색 셔츠를 입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영상을 보고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지시했다. 그런 다음 1분짜리 동영상을 본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혹시 고릴라를 봤습니까?”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9초 동안 코트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가슴을 두드리는 제스처까지 했다. 그러.. 더보기 [여적] NLL 프레임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거센 사임 압력을 받은 닉슨 대통령이 TV에 나와 연설을 했다.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은 후세인이 9·11테러를 배후 지원했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었다고 선전했으나 거짓말로 밝혀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진실’은 그냥 튕겨나가 버렸다. 그들은 여전히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같은 것이고, 전쟁에서 싸워 조국을 테러리즘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프레임’을 지니고 있고 그 프레임에 맞는 사실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부시는 이듬해 거뜬히 재선에 성공했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2004)에서 예시한 프레임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프레임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 더보기 [여적] 문학하는 이유 작가는 왜 쓰는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이 서른에 야구장에 가 프로야구를 관전하던 중 2루타가 터지는 것을 보는 순간 소설을 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무슨 영감 같은 게 섬광처럼 번뜩 스쳐갔나 보다. 이건 그가 글을 쓰는 직접적 이유는 아니지만 아무튼 꽤나 독특한 계기다. 왜 쓰는가. 작가들이 끝없이 부딪치고 또 스스로 물으며 고뇌하는 질문이다. 젊은 시절 좌파 아닌 사람 없다고 하듯, 젊어서 한때 문학에 뜻을 두어 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필자도 소설이 좋았는데, 거창하게 문학관이라고 할 건 없지만 상상의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때 정치 현실은 엄혹한 독재였다. 당연히 문학은 이런 현실의 감춰진 진실을 ‘안간힘을 다해’ 드러내는 것이어야 했다. 순수·참여문.. 더보기 이전 1 ··· 84 85 86 87 88 89 90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