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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문학하는 이유 작가는 왜 쓰는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이 서른에 야구장에 가 프로야구를 관전하던 중 2루타가 터지는 것을 보는 순간 소설을 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무슨 영감 같은 게 섬광처럼 번뜩 스쳐갔나 보다. 이건 그가 글을 쓰는 직접적 이유는 아니지만 아무튼 꽤나 독특한 계기다. 왜 쓰는가. 작가들이 끝없이 부딪치고 또 스스로 물으며 고뇌하는 질문이다. 젊은 시절 좌파 아닌 사람 없다고 하듯, 젊어서 한때 문학에 뜻을 두어 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필자도 소설이 좋았는데, 거창하게 문학관이라고 할 건 없지만 상상의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때 정치 현실은 엄혹한 독재였다. 당연히 문학은 이런 현실의 감춰진 진실을 ‘안간힘을 다해’ 드러내는 것이어야 했다. 순수·참여문.. 더보기
[여적] 더러운 거리, 더러운 과거 조폭의 사랑과 배신을 그린 영화 의 제목은 더러운 조폭세계에 대한 일종의 은유였지만, 옛날 서울 거리는 실제로 몹시 더럽고 위생도 엉망이었나 보다. 서울대 의대 신동훈 교수팀이 어제 공개한 사실이 그렇다. 서울은 온통 냄새 고약한 분뇨가 밟히는 더러운 거리였다. 조선 한양의 경복궁 담장,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아래, 시청사 부근, 종묘 광장 등 사대문 주요 지점의 지층을 조사한 결과 회충, 편충 등 기생충 알 여러 종류가 발견됐다. 이는 15~18세기 한양의 번화가에 인분이 널려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조선시대 한양 거리는 인분이 널려 있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조선 말기 서울 거리다. 덕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 거리가 분뇨로 더러웠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옛날 프.. 더보기
대선 선택, 직관보다 이성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출신 심리학자다.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로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허문 행동경제학을 창시했고, 이에 기초한 ‘전망 이론’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건 사상 두번째였지만 1978년 첫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수학·경제학 등 학제간 연구자였던 반면 카너먼은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들어본 적 없는 정통 심리학자였다. 그의 특이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망 이론’은 인간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런 50년 연구결과를 묶어 작년에 낸 책이 다. 책은 흥미로운 실험과 이론들로 가득하다. 대부분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