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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간서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1960년대 노래 ‘I Am a Rock(나는 바위다)’ 가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I have my books/ And my poetry to protect me(내겐 날 지켜줄 책이 있고 시가 있다).” 노래 속 ‘나’는 왜 이런 다짐을 하고 있을까. 바로 사랑 때문이다. “사랑 얘기는 하지 말라/ 전에 그런 단어를 들어봤지만/ 이젠 내 기억 속에 잠들어 있을 뿐.” 이 노래에서 책과 시는 힘겨운 사랑으로부터의 도피처 내지 방어막으로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문자 그대로 간서치(看書癡), 즉 책만 보는 바보들이 있다. 책만 읽어서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란 뜻으로, 가히 ‘역사적’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가 난 간서치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였다. 스.. 더보기
[여적] 박근혜의 독사과 한 팝아티스트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백설공주로 묘사한 포스터 여러 장을 지난주 부산 번화가 버스정류장 등에 붙였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고 한다. 포스터엔 박 의원이 백설공주 차림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사과를 들고 있다. 첫눈에 동화 백설공주의 패러디로, 박 의원이 든 것이 독사과임이 짐작된다. 대충 스토리라인이 그려진다. 경찰은 이게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며 조사하겠다고 한다. 미상불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이 떨어지는 상상력 빈곤의 시대에 경찰이 ‘박근혜 독사과’를 심한 불경죄로 간주했음 직도 하다. 28일 부산 동구 부산진역 앞 등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박근혜 신데렐라' 포스터. 그러나 박근혜에게는 아버지 박정희라는 논쟁적 유산말고.. 더보기
[여적] 저녁이 없는 삶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 키워드로 내놓은 ‘저녁이 있는 삶’이 상당한 반향을 얻고 있나 보다. 반응을 보면 “그저 그런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은 애잔하다 못해 적어도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 구글링하게 만들었다” “백수에겐 감흥이 어떨지 몰라도 휴가도 못 가고 매일 야근하다 지친 어떤 사람들에겐 아련한 꿈처럼 유혹이 된다” 등이 있다. “진보정당을 ‘멘붕’시킨 저녁 있는 삶”처럼 특이한 것도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엄숙·도덕주의로 범벅이 되곤 했던 정치구호가 비로소 인간의 숨결을 찾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것이 우리가 몹시 일그러진 삶을 살고 있음의 방증이란 생각이 고개를 든다. ‘저녁이 있는 삶’이 단박에 와닿은 이유는 그만큼 고달프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