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독재의 상처 독재는 좀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며칠 전 KBS가 매주 목요일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광장에 모이는 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을 소개했다. 말이 어머니지, 이젠 백발의 할머니들이다. 어머니들은 1970~1980년대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숨지거나 실종된 자식의 이름을 새긴 하얀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독재가 끝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들은 ‘더러운 전쟁’ 중 실종된 자식들을 찾고 관련자들의 처벌이 끝날 때까지 이 집회를 “결코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죽거나 실종된 자식의 사진을 들고 목요집회에 참석한 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소속 어머니들 하지만 때로는 독재의 상처가 소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리핀 총선에서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3)가 높은 득표율로 남.. 더보기
[여적] 을의 반란사 역사는 반란으로 점철돼 있다. 1198년 고려 무신정권 아래서 만적의 난이 일어났다. 최고실권자 최충헌의 사노 만적은 개성에서 노비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우리 노비들은 모진 매질 밑에서 일만 하란 법이 있는가.” 그러면서 주인들을 죽이고 노비문서를 불태워버리면 자신들도 왕후장상이 될 수 있다고 선동했다. 이것이 최초의 노비해방운동이랄 수 있는 만적의 난이다. 하지만 거사계획은 동료 노비의 밀고로 들통나 관련자는 모조리 처형되고 만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갑을관계 논란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말들이 여럿 생겨났다. 예컨대 갑의 횡포를 말하는 ‘갑질’, 을의 눈물이나 ‘을사(乙死)조약’ 같은 것이다. 그 가운데 ‘을의 반란’도 있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인 갑을관계에.. 더보기
봄날은 가고, 음악이 위로다 ‘봄날은 간다’는 불후의 명곡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를 들을 때 가장 한국적인 연분홍의 진달래꽃이 저절로 떠오른다. ‘겨울나무’란 동요가 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로 시작하는 가사가 동요답지 않게 심오하다. 특히 2절이 그렇다.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이 정도면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고 한 가 생각난다. 노래로 말문을 연 건 음악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때로 위로받고 싶다. ‘삐에로’처럼 웃어야 하는 900만 감정노동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기자도 광의의 감정노동자다. 싫은 뉴스라도 듣고 챙겨야 한다. 뉴스의 감옥에 갇혀 ‘쇼는 계속돼야 한다’를 강요당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