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가고, 음악이 위로다 ‘봄날은 간다’는 불후의 명곡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를 들을 때 가장 한국적인 연분홍의 진달래꽃이 저절로 떠오른다. ‘겨울나무’란 동요가 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로 시작하는 가사가 동요답지 않게 심오하다. 특히 2절이 그렇다.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이 정도면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고 한 가 생각난다. 노래로 말문을 연 건 음악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때로 위로받고 싶다. ‘삐에로’처럼 웃어야 하는 900만 감정노동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기자도 광의의 감정노동자다. 싫은 뉴스라도 듣고 챙겨야 한다. 뉴스의 감옥에 갇혀 ‘쇼는 계속돼야 한다’를 강요당하는.. 더보기 [여적] 밀실과 광장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앞 송전탑에 오른 지 4일로 200일째를 맞았다. 지상 25m 높이에서 참 긴 시간을 버텼다. 가을에 올라간 게 칼바람 부는 겨울을 거쳐 봄이 되었으니까. 이런 농성 장기화는 누구도 예상 못했다. 최씨도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생각했으면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다. 최씨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을 ‘2평 남짓한 하늘 위’라고 표현했다. 그 사이 청와대 주인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뀌었다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내려올지 모르는 막막함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송전탑에 올라간 최병승씨(오른쪽)와 천의봉씨가 고공농성 200일을 .. 더보기 [여적] 구로공단의 추억 1967년 준공된 한국 최초의 공단, 구로공단은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주역은 우리의 어린 누이들이었다. 그들은 부모와 오빠·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봉제, 섬유, 가발 공장 등지에서 땀을 흘렸다. 1985년 말쯤 필자는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야근 중인 여성 노동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소녀한테서 “2년 만기 10만원짜리 적금을 붓고 있다”는 말을 듣고 “100만원이라고요?”라고 되물었다가 무안해진 일이 기억난다.구로공단은 노동자들이 치열한 삶을 꾸린 터전이었지만 대학생들의 의식화 현장이기도 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 공단에 미싱사로 취업해 동맹파업을 주도했다. 1978년 출간된 조세희의 에 나오는 ‘은강공단’도 구로공단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작가는 2004년 구로동에서 노.. 더보기 이전 1 ··· 70 71 72 73 74 75 76 ··· 1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