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위안부 국민교육 국민교육 하면 나이 좀 든 사람들은 국민교육헌장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만큼 이 세대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1968년 12월 국민교육헌장이 반포될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학교에선 헌장을 달달 외우게 했다. 그래선지 다 잊어버린 것 같은 구절들이 지금도 녹음기 튼 것처럼 재생된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짐작하겠지만 국민교육헌장은 그 발상이 지극히 우파적, 국가주의적, 전체주의적이다. 그래서 지식인들은 헌장의 비민주적, 비교육적 내용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국민총화니, 총화단결이니 하는 구호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했던 그 시절이기도 했다. 유엔 경제·사회·문.. 더보기 [여적] 독재의 상처 독재는 좀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며칠 전 KBS가 매주 목요일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광장에 모이는 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을 소개했다. 말이 어머니지, 이젠 백발의 할머니들이다. 어머니들은 1970~1980년대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숨지거나 실종된 자식의 이름을 새긴 하얀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독재가 끝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들은 ‘더러운 전쟁’ 중 실종된 자식들을 찾고 관련자들의 처벌이 끝날 때까지 이 집회를 “결코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죽거나 실종된 자식의 사진을 들고 목요집회에 참석한 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소속 어머니들 하지만 때로는 독재의 상처가 소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리핀 총선에서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3)가 높은 득표율로 남.. 더보기 [여적] 을의 반란사 역사는 반란으로 점철돼 있다. 1198년 고려 무신정권 아래서 만적의 난이 일어났다. 최고실권자 최충헌의 사노 만적은 개성에서 노비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우리 노비들은 모진 매질 밑에서 일만 하란 법이 있는가.” 그러면서 주인들을 죽이고 노비문서를 불태워버리면 자신들도 왕후장상이 될 수 있다고 선동했다. 이것이 최초의 노비해방운동이랄 수 있는 만적의 난이다. 하지만 거사계획은 동료 노비의 밀고로 들통나 관련자는 모조리 처형되고 만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갑을관계 논란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말들이 여럿 생겨났다. 예컨대 갑의 횡포를 말하는 ‘갑질’, 을의 눈물이나 ‘을사(乙死)조약’ 같은 것이다. 그 가운데 ‘을의 반란’도 있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인 갑을관계에.. 더보기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1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