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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을 세면 우리 모두 침묵하자 훌륭한 시는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다른 말로 감정이입을 시키는 힘이 있다. 요즘 내 귓전을 맴도는 시가 있으니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침묵 속에서’다. 시는 감정이입의 폭이 소설보다 넓다. 즉 제멋대로 해석할 여지가 더 크다. 이 시가 좋은 까닭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억장이 무너질 때,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때, 전라도 사투리로 ‘중치가 막힐’ 때, 저 무수한 소란과 웅성거림에 몹시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침묵하게 된다. 이런 내 감정이 시 ‘침묵 속에서’에 제대로 투사된다. 네루다는 노래했다. “이제 열둘을 세면/ 우리 모두 침묵하자// 잠깐 동안만 지구 위에 서서/ 어떤 언어로도 말하지 말자/ 우리 단 일 초만이라도 멈추어/ 손도 움직이지 말자// 그렇게 하면 아주 색다.. 더보기
[여적] 오바마의 궤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교공관들에 대한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적 도청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하는 행위”란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탄자니아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유럽이든, 아시아든 정보기관은 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하고 언론에 공개된 정보 이상의 통찰력을 얻기를 원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정보기관이 왜 필요하냐”고 말했다. ‘미국이 정보를 모으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런 거라면 전 세계 어느 정보기관이든 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도청은 미국만이 아니라 다들 하는 것이란 투다. 그는 지난달 초 에드워드 스노든이 비밀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했을 때도 “테러 방지를 위한 약간의 사생활 침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 등 우방국들의 반발을 달래려는 마음이 .. 더보기
[여적] “집권하면…” 신문 같은 데서 접하게 되는 “집권하면”이란 말 다음에는 통상 공약(公約)적 언설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식이다. “김대중 대표는 14일 국회 연설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거국내각을 만들어 특정지역의 정당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집권하면 거국체제를 통해 1년 내에 정국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10월14일 신문 보도다. 같은 해 5월 이런 기사도 눈에 띈다. “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의 집중을 막기 위해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면서 ‘집권하면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계열기업 간의 상호지급보증 등을 없애는 방법으로 재벌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보수인사들이 보기에 불온한 “집권하면”도 있긴 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