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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같은 이야기 이런 나라가 무슨 소용인가. 며칠 전 TV에서 본 화성 뉴스가 각별하게 느껴진 건 유치환이 시 ‘생명의 서’에서 한 것처럼 ‘독한 회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시인의 회의는 자아와 생명의 본질에 관한 것인 반면, 나는 국가의 의미에 대해 회의하고 있었다. 뉴스는 ‘마스 원’이란 네덜란드 회사가 화성 정착민을 모집하고 있는데 넉 달 사이 지원자가 120여 나라에서 10만명이 넘었다는 거다. 2023년 첫 정착민 4명을 우주선에 실어 보낸다고 한다. 성사 가능성도 미지수지만, 이 화성 여행은 편도라서 지구로 돌아올 기약은 없다. 또 그곳 삶은 엄청나게 악조건이다. 산소가 부족하고 일교차는 90도나 되며 방사능은 예측불가능하다.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주복을 입고 생명유지 장치가 된 .. 더보기
[여적] 정보기관 개혁하기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정보기관 개혁이 관심사다. 우리 국정원은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비밀 전자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가 폭로된 것이 계기다. 그런데 정보기관의 개혁이란 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문제를 놓고 극심한 진통이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대로다. 어느 조직이든 개혁에 거부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 당장 내부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하물며 정보기관이라면 더 강한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정보기관은 권력기관으로 인식된다. 스스로도 외부에서도 그렇다. 또 고급정보를 권력자에게 전달하는 업무 성격은 비밀주의를 체질화한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이며 국가안전보장 업무를 한다. 주요 직무는 국외.. 더보기
[여적] 호모스크립투스 인간은 기록하는 동물이다. 그건 본능 같다. 그래서 호모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는 호모루덴스(유희인), 호모로퀜스(언어인)이자 ‘호모스크립투스’, 즉 기록하는 인간이다. 원시시대엔 동굴 암벽에 그림을 그렸고, 종이에 기록을 남겼다. 종이 자체가 기록에 대한 인간 욕망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엔 사이버 공간이 주요 기록 장소다. 왜 기록하는가. ‘본능이니까’라고 답하면 순환논법이 된다.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속 시원한 답을 찾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록을 하며 살지만, 왜 기록하는지에 대해선 선뜻 답이 안 나온다. 질문이 철학적이어선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오마하 해변에서 카파가 찍은 사진은 초점이 안 맞고 흔들렸다. 그러나 긴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