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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게 역사다 역사는 왜 배우나. 리처드 패어스(1902~1958)란 영국 역사가가 색다른 말을 했다. “25살 미만의 청소년은 역사를 공부해서는 안된다.” 요즘 역사교육 강화다 수능 필수화다 해서 가뜩이나 부담이 큰 학생들이 솔깃해할 얘기 같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좋은 역사(good history)는 돈이나 과학처럼 유익하지는 않지만, 나쁜 역사(bad history)는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보다 더 무서운 해독을 끼친다.” 다른 게 아니라 어린 정신에 주입되는 잘못된 역사교육의 해독을 고발한 것이다. 이런 패어스를 좀 삐딱한 좌파 역사학자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는 보수주의 사가다. 그는 ‘나쁜 역사’에 대해 경고했다. 여기서 역사는 사건 그 자체로서의 객관적 역사가 아니라, 책으로 기술된 주관적 역사.. 더보기
[여적]대통령의 패션쇼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방문 중인 베트남에서 패션쇼를 참관하고 10m가량 ‘깜짝 워킹’까지 선보였다고 한다. 파격적 발상이 상당히 돋보인다고 평가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은박으로 치장한 미색 저고리와 연한 개나리색 치마를 입고 나왔다. “한국과 베트남이 문화예술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동반자가 되자”는 인사말도 했다. 여성 대통령이 패션쇼에 나와 직접 한복 모델역까지 했다는 건 꽤나 눈길을 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칼라 브루니는 직업이 패션모델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보그지 1998년 12월호 표지모델로 등장한 적이 있다. 이 잡지에 미국 대통령 부인이 표지모델로 나온 건 처음이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6년 동안 끊임없.. 더보기
[여적]맥락적 이해 우리는 세상사도, 말도 맥락적으로 이해하며 산다. 맥락적 이해란 말이 생소하다면 예를 들자. 누군가 “죽겠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문자 그대로 죽음을 결심하는 뜻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또는 좋아서, 서러워서, 웃겨서, 배고파서 죽겠다고 한다. 그래도 전후관계를 살펴 맥락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헷갈릴 건 없다. 아이가 “오늘부터 유치원 안 갈래요”라고 선언했다. 엄마는 ‘왜’ 하고 추궁하듯 묻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 엄마한테 말해줄래”라며 아이 속마음을 읽으려는 대화를 시도하라고 교육전문가 강경자씨는 말한다. 이것도 맥락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다. 문화현상도 그렇다. 외지인에겐 몹시 낯설게 여겨지는 티베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