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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군주’ 탈고 500주년 마키아벨리(1469~1527)의 는 26개 장에 걸쳐 통치기술을 설파한다. 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에선 이렇게 가르친다.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소멸되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또 지켜서도 안됩니다. … 군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항상 둘러댈 수 있습니다.” 19장 ‘경멸과 미움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에선 이런 얘길 한다.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합니다.” 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신생 군주를 대상으로 쓴 것이지만 그 통찰력이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게 긴 생명력의 비결일 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추진 .. 더보기
국민적 저항, 누구 몫인가 두 주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저항’이란 말을 썼는데 용례가 독특했다. 그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만난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저도 야당 대표로 활동했고 어려운 당을 일으켜세운 적도 있지만 당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말인즉슨 민주당에 준엄한 경고를 발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시간이 좀 지났더라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어수선한 현 정국을 파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적 저항’이란 말의 쓰임새가 생뚱맞다. 국민적 저항은 권력을 전제로 한다. 즉 권력·정권에 대한 저항이다. 야당도 또 다른 권력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 더보기
[여적]외교적 결례 1994년 9월 미국 방문을 마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가 귀국길에 아일랜드 샤논 공항에 기착했다. 공항에서 앨버트 레이놀즈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1시간이 넘도록 옐친은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대통령이 깊이 잠들었다’고 해명했으나 나중 밝혀진 바로는 보드카를 너무 마셔 곯아떨어진 탓이었다. 옐친 주벽에 관한 전설적 얘기다. 하지만 외교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결례였다. 공항엔 군악대의 팡파르 속에 아일랜드 총리 부부와 각료 등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내 정상회담은 못 이뤄졌다. 국가 간에도 외교적 예의를 갖추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걸 전문적으로 ‘국제예양(禮讓)’이라고 한다. 가령 국가의 대표자에 대한 경칭, 회합 때의 좌석순 같은 것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