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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위한 ‘내전’ 한국 정치가 내전적 상황이거나, 적어도 정신적 내전상태로 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과격한'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지난달 말 관람한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사진전(세종문화회관)이 잠재된 ‘내전의 추억’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추억이라 한 건 우리에겐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의 원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전에는 그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도 걸려 있었다. 카파가 1936년 첫 종군한 스페인 내전 때 코르도바 전선에서 찍은 것으로, 한 공화파 병사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공화파 진영에서 싸우다 이런 최후를 맞게 됐을까. 요즘 대선불복론을 갖고 말이 많지만, 스페인 내전에도 비슷한 성격이 있었다. 총선에서 좌파 인민전선.. 더보기
[여적]익명 소설 로맹 가리(1914~1980)는 복잡한 생을 뜨겁게 살다 간 작가다. ‘복잡한 생’은 정체성부터 그렇다. 모스크바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유태인 차별을 피해 13세에 프랑스에 정착했다. 그러고도 프랑스어에 뛰어나 작가가 됐다. 작가면서 외교관으로 여러 나라에서 근무했다. 42세에 볼리비아 주재 프랑스 영사로 있으면서 장편 로 권위있는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75년 그는 을 출간해 다시 공쿠르상을 받는다. 이번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였다. 공쿠르상은 한 번 수상한 사람에게는 다시 상을 안 주는데 가리는 유일하게 두 번 받은 작가가 됐다. 그만큼 두 작가가 동일인임을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가리가 아자르였다는 사실은 그가 권총자살로 파란많은 삶을 마감한 뒤에야 밝혀진다. 가리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더보기
[여적]한국 교육 따라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교육에 관한 한 열렬한 한국 예찬가다. 2011년 4월 “한국 어린이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미국 어린이들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해 1월 국정연설에선 “한국에서는 교사가 ‘나라를 세우는 사람(national builders)’으로 인식된다”며 미국 교사들도 그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열도 칭찬거리다. 한국은 부모의 교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인 교사들까지 충원하는데 미국은 교사를 대거 해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절반의 진실만 말하는 것 같다. 한국 교육현실의 전모를 알고서는 예찬만 할 수 없다. 오바마가 한국의 입시지옥, 엄청난 사교육비에 대해 알까. 또는 뜨거운 교육열과 강고한 학벌주의의 상관관계를. 설사 들었어도 그 심각성을 깨달을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