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붉은 청어 논리적 오류 가운데 ‘레드 헤링’이란 게 있다. 직역하면 붉은 청어다. 청어를 훈제하면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옛날 영국에선 여우 사냥개를 훈련하는 데 이걸 사용했다. 사냥개가 강한 청어 냄새 속에서도 사냥감을 놓치지 않도록 후각을 단련시키기 위함이었다.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 논쟁을 벌일 때 엉뚱한 데로 상대의 주의를 돌려 논점을 흐리는 수단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실제로 논쟁에서 까딱 잘못해 붉은 청어 냄새를 좇아가다 상대의 의도에 말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를 슬쩍 끼워넣을 때다. 가령 월급이 적다고 불평을 하는데 부모님이 “내가 네 나이 때는 한 달에 10만원도 못 받았다”고 하면 얘기는 논점을 벗어나게 된다. 국회의원 갑이 을에게 묻는다. “왜 낙태 금지에 .. 더보기 [여적]구호와 반미감정 미국 미시간 대학 안드레이 마코비츠 교수가 쓴 는 반미주의 이론서다. 2007년 나온 책은 원제가 일 정도로 내용이 신랄하다. ‘왜 유럽은 미국을 싫어하나’란 부제가 보여주듯 미국의 대서양 동맹국들인 서유럽 국가들의 반미주의를 역사적, 국제정치적으로 분석했다. 책에서 미국은 유럽을 해치는 존재로, “영혼이 없고, 탐욕스럽고, 허풍 덩어리”로 그려진다. 일찍이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하이데거가 그랬다니, 그쪽 반미주의의 연원도 깊었나 보다. 마코비츠에 따르면 오늘날 유럽에서 반미주의는 ‘상식’이다. 반미주의는 가정주부들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됐다. 연령과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유럽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것은 “경제, 정치, 문화, 사교계 등 모든 분야에” .. 더보기 [여적]송전탑과 물신주의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란 속담이 있다. 문주란·남진이 부른 히트곡에도 ‘사람 나고 돈 났지’가 있다. 속담이나 가요가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건 어째서일까. 인간사에선 종종 둘의 관계가 뒤집어져 돈이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물신주의(物神主義)라고도 한다. 물질을 신처럼 숭배한다는 뜻이다.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도 같은 말이다. 이 현대종교에서 돈과 사람의 처지는 간단히 역전된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을 위해 생겨난 물질·돈이 주인 행세를 한다. 사람은 거기 종속된다. 따라서 인간의 고결한 정신·영혼 같은 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못된다. 물신주의의 필연적 결과는 소외다. 물질이 인간으로부터 독립해 거꾸로 인간을 지배함으로써 인간은 소외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 더보기 이전 1 ··· 56 57 58 59 60 61 62 ··· 1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