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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존재감 누구나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게 인간 본성이며 인지상정이다. 가수 김종환은 ‘존재의 이유’에서 “네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라고 노래했지만, 어찌됐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자기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확인한다. 존재감이란 말도 자주 쓴다. 사람, 사물 따위가 실제로 있다고 느끼는 것이란 뜻인데, 언제부턴가 ‘미친’이란 수식어를 붙인 ‘미친 존재감’도 통용되고 있다. 방송 따위에서 비중있는 역할이 아닌데도 외모, 스타일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얼마나 존재감에 목마른 세태길래 그런 표현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쳤어도 존재감만 드러내면 족하다? 이란 원훈이 새겨진 국정원 원훈석 한데 직업적 특성상 이 인간의 본성을 억눌러야.. 더보기
애국심은 위험하다 애국심은 거룩한 것이다. 그런데 영국 문필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은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도피처”라고 악담을 했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인용되는 이 말은 왠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러나 무슨 생각에서 이 말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앞뒤 맥락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인즉 존슨이 이 말을 했다고 세상에 알린 사람은 그의 전기를 쓴 동시대인 제임스 보스웰이었다. 보스웰은 존슨이 비난한 건 전반적 애국심이 아니라 가짜 애국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사전 편찬자이기도 했던 존슨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자신이 만든 영어사전에 ‘애국자’에 대해 “가짜 주화를 가려내듯 외관만 그럴듯한 가짜 애국자를 가려야 한다”고 썼다. 애국자를 자처하면서 당파적 분란만 일으키는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 더보기
[여적]붉은 청어 논리적 오류 가운데 ‘레드 헤링’이란 게 있다. 직역하면 붉은 청어다. 청어를 훈제하면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옛날 영국에선 여우 사냥개를 훈련하는 데 이걸 사용했다. 사냥개가 강한 청어 냄새 속에서도 사냥감을 놓치지 않도록 후각을 단련시키기 위함이었다.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 논쟁을 벌일 때 엉뚱한 데로 상대의 주의를 돌려 논점을 흐리는 수단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실제로 논쟁에서 까딱 잘못해 붉은 청어 냄새를 좇아가다 상대의 의도에 말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를 슬쩍 끼워넣을 때다. 가령 월급이 적다고 불평을 하는데 부모님이 “내가 네 나이 때는 한 달에 10만원도 못 받았다”고 하면 얘기는 논점을 벗어나게 된다. 국회의원 갑이 을에게 묻는다. “왜 낙태 금지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