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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추억이다 이상은의 (1988·김남균 작사 작곡)를 들으면 하와이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88년 가을이니 벌써 27년 전 일이다. 나는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로서 순항훈련에 나선 해군사관생도들이 탄 해군 마산함에 동승 취재 중이었다. 진해를 출발해 괌, 미드웨이를 거쳐 호놀룰루에 기항한 훈련 참가자들에게 현지 교민들이 따뜻한 환영식을 베풀어주었다. 그날 해군 군악대가 연주한 곡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였다. 후크송의 원조로 꼽히는 이상은의 가 실린 강변가요제 수상자 음반 는 그해 여름 강변가요제에서 ‘선머슴’ 같은 이상은이 꺽다리춤을 추며 불러 우승을 차지한 뒤 한창 뜨고 있던 노래였다. 군악대는 ‘담다디 담다디’가 반복되는 노래 도입부의 후크송을 아주 느리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신나는 리듬의 곡을 이렇게.. 더보기
에레나, 금순이, 화, 경상도 아가씨 때로는 이름 하나가 상상력을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한다. 노래 속에 나오는 여인의 이름이 그렇다. 안다성이 부른 (1958·손로원 작사, 한복남 작곡)는 제목부터 강한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순희 하면 무슨 느낌이 드나. 옛날에 아주 흔했던 여자 이름이다. 바둑이, 영희, 철수와 함께 국민학교 국어책에도 너무 많이 나와 고유명사라기보단 보통명사 같은 이름이다. 노래에선 그 순희가 에레나란 서양 이름을 쓰는 여자가 됐단다. 대체 무슨 곡절이 있었길래. 가사에 따르면 순희는 한국전쟁을 겪은 뒤 어찌어찌하다 카바레 댄서가 된 여인이다. 이 여인은 과거엔 ‘석유불 등잔 밑에 밤을 새면서 실패감던’, ‘시집간 열아홉살 꿈을 꾸면서 노래하던’ 순희였다. 명시는 안 돼 있어도 이 역전 카바레는 미군을 상대하는 곳일 성 .. 더보기
문창극 갑 되다 문창극 파문 와중에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이의 ‘갑을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둘째는 이 문제가 갈수록 코미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적어도 각료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은 영원한 슈퍼갑이다. 주요 이슈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끼는 대신 위압적 카리스마를 뿜어낸다는 박 대통령의 슈퍼갑 지위는 상당 기간 지속가능해 보였다. 한데 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 후보자가 갑, 박 대통령이 을인 것 같다. 문 후보자의 문제 발언들이 공개된 직후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박 대통령은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귀국 이후로 미뤘다. 당초 청와대는 인사청문 요청안을 출국 당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가 하루 연기했었다. 이렇게 계속 미루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