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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 노래는 슬픈가 옛날 교회 목사님 설교가 기억난다. “세상 노래를 한 번 잘 들어보세요. 온통 슬픈 것들 뿐입니다.” 목사님 말씀은 ‘그 이유는 세상살이가 슬픈 일이 많기 때문이다, 고로 믿고 평안를 얻어라’란 취지였지만, 진짜로 그런 것 같다. 유행가는 슬픈 게 참 많다. 유행가의 대부분이 남녀 간 사랑 노래인데다, 사랑 노래도 태반이 슬픈 것들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슬프기까지는 않아도 안타까워하고 고민하고 외로워한다. 가요에서 슬픈 노래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그런 공식적 통계는 없지만 대략 추측을 가능케 하는 논문이 있다. 이지연·신수진의 연구는 젊은 미혼 남녀의 사랑 감정을 소재로 하는 노래들이 전체 가요에서 점하는 비중은 60년대에는 62.6%, 70년대에는 63.9%, 80년대에는 73.6%, 90년대에는.. 더보기
노래 가사의 힘 작사·작곡 뭐가 먼저인가 남인수를 당대 트로트 스타로 만든 출세작 은 원래 제목이 다른 것이었다. 1936년 18세 남인수는 (김상화 작사, 박시춘 작곡)을 최초로 취입했다. 현해탄 초록 물에 밤이 나리면/ 님 잃고 고향 잃고 헤매는 배야 서글픈 파도 소래 꿈을 깨우는/ 외로운 수평선에 짙어 가는 밤 1절 가사 그런데 어째선지 대중들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박시춘은 이 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곡은 그대로 살리되 가사만 바꿔 1938년 새로 발표했다. 개사(改詞)는 작가 출신인 이부풍이 맡았다. 그게 이다. 이난영의 (1935·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과 함께 우리 트로트 음악의 고전으로 꼽히는 노래다. 은 발표되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남인수는 단번에 최고 가수의 지위에 올랐다.【주1】 .. 더보기
옹점이가 부른 트로트 옹점이가 누군가. 이문구(1941~2003)의 ‘관촌수필(冠村隨筆)’에 등장하는 어린 시절 집안의 식모다. 정 많고 주관이 뚜렷한 열여섯 살 소녀다. 어렵던 그 시절의 노래, 트로트를 정말로 좋아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이 소설 3편 ‘행운유수(行雲流水)’에 중심인물로 나오는 그런 옹점이의 모습들을 살펴보려 한다. 우리는 소설 속 옹점이를 통해 옛 트로트의 정서를, 거기에 담겨 있는 애환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 관촌수필은 1977년 나온 8편의 연작소설집인데, 충청도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가 옛일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원작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이문구만의 독특한 해학적 문체와 사투리를 그대로 살렸다. 이문구와 관촌수필 옹점이를 아는 총각들이 그녀를 좋아한 것도 빼어난 노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