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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시일까 노래 가사가 뛰어난 서정성을 보일 때 ‘시적(詩的)’이라거나 한 편의 서정시 같다고 한다. 이 말에는 가사와 시를 동일시하는 생각이 담겨있다. 정말로 가사와 시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그렇다면 시란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시는 감흥과 생각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가사는 얼마든 시가 될 수 있다. 먼저 잘 알려진 서정시 한 수를 읊는 것으로 시작하자.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閏四月)’이다. 1946년 청록집에 실렸다. 7·5조의 운율로 봄철 깊은 산골의 정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냈다. 이를 위해 ‘송홧가루, 꾀꼬리, 산지기 외딴집, 문설주’.. 더보기
노래가 사회에 묻다 질문하는 노래들 1960년대에 ‘돈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일깨우는 노래가 나왔다. 남진이 부른 (1969·이성재 작사, 백영호 작곡)다. 속담을 동원해 돈을 사람보다 중시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돈이란 돌고 도는 거라며. 사람 나고 돈났지 돈 나고 사람이 났다 드냐 급하면 돌아가라 말이 있듯이/ 부귀영화 좋다지만 덤벼선 안돼 돈이란 돌고 돌아 돌아가다가/ 누구나 한번쯤은 잡는다지만 허겁지겁 덤비다는 코만 깨지고/ 잡았다고 까불다는 사그라진다 사람 나고 돈났지 돈 나고 사람이 났다 드냐…(하략) 가사 이에 앞서 김상국이 1965년 부른 (전우 작사, 김인배 작곡)에도 똑같이 ‘돈이란 돌고 돌아’란 표현이 나왔다. 돈이란 돌고 돌아 없다도 있는데, 돈 없다고 괄세 마라고 한다. 쥐구멍도 볕들 날 있소 하 하 .. 더보기
충무로, 영등포, 혜화동, 연안부두 종로, 광화문, 영등포, 을지로, 마포, 삼각지, 혜화동…. 노래엔 여러 동네와 장소 이름이 나온다. 노래에 나오는 바람에 더 유명해진 동네도 있다. 그렇지만 노래와 관계가 없는 동네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노래와 동네, 음악과 장소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장소는 어떻게 노래를 낳으며, 또 노래는 어떻게 장소를 담는가.【주1】이건 그 시절의 사회경제적 흐름과 변화를 정직하게 반영하기도 하는 것이란 점에서 꽤 흥미로운 주제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