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 고백·애인 있어요 대학 때 배운 중급 러시아어 강독 책에 ‘중요한 대화(바쥐느이 라즈가보르)’란 글이 나온다. 사랑 고백 스토리다. 고백을 하기 위해 노심초사, 진땀 흘리는 심리 상태를 잘도 묘사했다. ‘중요한 대화’ 삽화 “오늘은 꼭 얘기할 거야.” 발로자는 다짐한다. 그런데 어디에서 해야 할까. 저녁 때 극장에 갔는데 표가 없다. “차라리 잘 됐어. 내가 사랑 얘기를 하려는데 영화에서도 사랑 얘기가 나오면 니나가 헷갈릴지도 몰라.” 카페로 간다. 내가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니나는 커피를 마시며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다 “새로 쓴 시가 있느냐”고 묻는다. 기회다. 발로자는 최근 쓴 연애시를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카페엔 손님이 많아 옆자리까지 시 낭송이 들릴 것 같다. 거리로 나온다. 날씨가 .. 더보기 안절부절했었지? 1978년 밴드 사랑과 평화가 부른 (이장희 작사 작곡)는 그때까지 생소했던 16비트의 통통 튀는 리듬이었다. 그건 펑크(funk)라는 흑인음악 장르였는데, 젊은이들은 이 파격적인 리듬을 소화한 프로 밴드의 환상적 연주에 깊이 빠져들었다. 가사도 재미있다. 밴드 사랑과 평화 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했었지 한동안 못 만났지 서먹서먹 이상했었지 혹시 맘이 변했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했었지 밤이면 창을 열고 달님에게 고백했지 애틋한 내 사랑을 달님에게 고백했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안절부절했었지…(하략) 가사 한데 가사에 옥에 티랄까, 문제가 있다. ‘안절부절했었지’가 아니라 ‘안절부절못했었지’가 맞다.. 더보기 가사는 시일까 노래 가사가 뛰어난 서정성을 보일 때 ‘시적(詩的)’이라거나 한 편의 서정시 같다고 한다. 이 말에는 가사와 시를 동일시하는 생각이 담겨있다. 정말로 가사와 시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그렇다면 시란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시는 감흥과 생각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가사는 얼마든 시가 될 수 있다. 먼저 잘 알려진 서정시 한 수를 읊는 것으로 시작하자.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閏四月)’이다. 1946년 청록집에 실렸다. 7·5조의 운율로 봄철 깊은 산골의 정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냈다. 이를 위해 ‘송홧가루, 꾀꼬리, 산지기 외딴집, 문설주’.. 더보기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