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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리는 이별, 쿨한 이별 인생이란 걸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이건 어떨까.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인생이라고. 안 그런가. 평생을 함께 하는 반려자(伴侶者)와의 만남을 포함해서 산다는 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쉽게 입에 올리는 만남과 이별은 꽤나 묵직한 철학적·종교적 주제인 것이다. 당연히 만남과 이별은 수많은 노래의 소재가 된다. 노래에선 그것이 어떻게 그려지는가. 노사연은 (1989·박신 작사, 최대석 작곡)에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고 노래한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상대와의 만남을 운명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싶어 한다. ‘너는 내 운명’이란 영화나 드라마가 나온 것도 그런 맥락일 게다. 그러나 이 노래에선 그 운명적 만남이 헤어짐으로 끝나는가 보다. 후렴에서 후회, 눈물이란.. 더보기
<빈대떡 신사>-조바꿈의 미학 “돈 없으면 대포집에서(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겐 마치 속담처럼 친숙한 이 말은 한복남이 부른 (1943·한복남 작사, 양원배 작곡)에서 유래했다. 분수를 모르고 요릿집 기생집에서 요리를 먹고 몰래 내빼려다 들켜 매를 맞는 건달 얘기를 익살스런 가사와 창법으로 노래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애창된다. 이렇게 익살과 해학을 담은 노래를 만요(漫謠)라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발생한 장르다. 억압적인 식민지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런 우스개 노래로 사회를 풍자하고 한가닥 위로를 얻기도 했다.   한복남이 부른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릿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 가지 돈이 없어  들어갈 땐 뽐을 내어 들어가더니/ 나올 적엔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더보기
<가거라 삼팔선> 이야기 노래는 그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소설이나 영화가 시대를 반영하는 건 당연하지만, 가요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짧지만 그 안에 나름의 사회사적 의미가 간결하게 녹아 있다. 1947년 나온 (이부풍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은 해방의 감격도 잠시, 강요된 분단 상황을 맞은 국민들의 좌절감과 아픔이 잘 그려진 노래다. 아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아 아아아아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건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 리 길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삼팔선을 헤맨다 아아 어느 때나 터지려느냐/ 아아 아아아아아 어느 때나 없어지려느냐 삼팔선 세 글자는 누가 지어서/ 이다지 고개마다 눈물이더냐 손 모아 비나이다 손 모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 가사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