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문로] 적대적 공생의 고리를 끊으려면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으로 '나찰로시'란 말이 있다. 과거와 똑같은 사건이 반복될 때 "나찰로~시"라고 한다. "쯧쯧, 또 시작이군" 정도의 뜻이다. 지난달 말 남북한 사이에 포격을 주고받는 초긴장 상황이 벌어졌을 때 떠오른 게 이 말이었다. 필자의 안보의식이 허약한 탓이었을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나와 비슷한 생각도 꽤 되는 것 같다. 남북 긴장이 여전한 상태인 8월 22일 인터넷에서 이런 '예언'이 눈에 띄었다. "북한은 원하는 대화 이끌어내고 잘하면 삥 뜯을 수도 있겠죠. 남한은 박근혜정부가 대응을 잘했다 이러면서 지지율 무너진 거 회복할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맨날 으르렁거리면서 표면적으로는 적대적이지만 사실은 서로 절대 전쟁을 바라지도 않고 딱히 통일을 바라지도 않는 최.. 더보기
[신문로] 팬클럽과 정치적 지지의 차이 1999년 1월 1일자 경향신문 기사다. "31일 새벽 1시30분쯤 서울 여의도 KBS 부근에서 KBS 가요대상을 방청하고 돌아가던 인기댄스 그룹 HOT와 젝스키스 팬클럽 회원 10여명이 패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HOT 팬 이모양(15)이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젝스키스 팬 배모양(18) 등 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싸움은 두 그룹의 팬들이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가 더 낫다며 입씨름을 벌이다 일어났다. 그땐 이런 일이 흔했다. 오죽하면 사생팬이란 말도 생겨났다. 특정 연예인의 사생활을 죽기 살기로 쫓아다니는 극성팬을 말한다. 소녀 팬들이 이러는 건 그 가수의 외모나 춤 등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열정을 지배하는 건 맹목성이라고 본다. 일단 '필'이 꽂히면서 모든 게 무조건 좋아지는 거다. 이.. 더보기
서문 어떤 노래나 시구가 머리 속에 들어와 좀처럼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게는 이란 노래가 그랬다. 재작년 말 퇴직을 앞두고서였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들었는데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이런 시작 부분이었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그때까지 필자는 이 노래를 은방울자매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부른 트로트곡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이 가사가 별 대책 없이 퇴직을 맞는 필자의 정서에 확 와닿았기 때문이다. 노래 속에서 화자는 갈 곳 없는 전차의 처지에 공감한다. 그리고 필자는 다시 그 심정에 공감하는 것이다. 화자와 전차, 필자를 한데 묶어준 것은 ‘갈 곳 없는’ 처지란 정서였다. 이 경우 작자와 노래(화자), 노래와 듣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