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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오역, 이 천박한 지적 풍토 언제까지 '시간의 존재를 위하여'란 말 들어보셨는가.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의 명저 '존재와 시간'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옛날에 신문사 선배에게 들은 얘긴데, 한 동료의 영어책 번역에서 심오하나 아리송한 구절이 보였다. 그게 '시간의 존재를 위하여'다. 원문을 찾아보았더니 'for the time being(당분간)'이었다. 예로부터 국내 번역물 오역 문제는 심각했다. 오늘날엔 좀 나아졌을까. 아닌 듯하다. 이 실상을 확인시키는 사례가 있었다.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의 책 '위대한 탈출'을 둘러싼 왜곡 번역 논란이다. 2013년 미국에서 나온 이 책은 작년 9월 한국경제신문이 번역 출간했는데, 디턴 교수가 지난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출판사 한경은 이를 보도.. 더보기
[서평]주름진 마음 비추는, 그대의 ‘18번’은 뭔가요? [책과 삶]주름진 마음 비추는, 그대의 ‘18번’은 뭔가요? ㆍ노래가 위로다 ㆍ김철웅 지음 | 시사인북 | 351쪽 | 1만5000원 “유행가가 다 내 얘기처럼 들려. 저 노래 가사가 내 심장을 도려내는 거 같아.” 청춘의 한 시절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선술집에 마주앉았을 때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늘 팝송만 듣던 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트로트를 듣다가 꺼이꺼이 울었다. 덩치가 산만 한 녀석이었다. 김철웅의 책 는 ‘갈 곳 없는 이들을 사로잡는 대중가요의 사회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재작년 말 신문사 논설실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그는 “세대 불문하고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노래라는 생각에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우연히 듣게 된 .. 더보기
[신문로] 국정화 주장, 논리가 제로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논리가 너무 허술하다. 이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건 정말 무리다. 이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주장이 있다.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란 논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주 청와대 5자회동에서 "집필진 구성도 안 됐고 단 한 페이지도 쓰여지지 않은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감에서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집필진도 구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아직 안 나온 물건을 가지고 왜들 야단이냐.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