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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나, 금순이, 화, 경상도 아가씨 때로는 이름 하나가 상상력을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한다. 노래 속에 나오는 여인의 이름이 그렇다. 안다성이 부른 (1958·손로원 작사, 한복남 작곡)는 제목부터 강한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순희 하면 무슨 느낌이 드나. 옛날에 아주 흔했던 여자 이름이다. 바둑이, 영희, 철수와 함께 국민학교 국어책에도 너무 많이 나와 고유명사라기보단 보통명사 같은 이름이다. 노래에선 그 순희가 에레나란 서양 이름을 쓰는 여자가 됐단다. 대체 무슨 곡절이 있었길래. 가사에 따르면 순희는 한국전쟁을 겪은 뒤 어찌어찌하다 카바레 댄서가 된 여인이다. 이 여인은 과거엔 ‘석유불 등잔 밑에 밤을 새면서 실패감던’, ‘시집간 열아홉살 꿈을 꾸면서 노래하던’ 순희였다. 명시는 안 돼 있어도 이 역전 카바레는 미군을 상대하는 곳일 성 .. 더보기
문창극 갑 되다 문창극 파문 와중에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이의 ‘갑을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둘째는 이 문제가 갈수록 코미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적어도 각료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은 영원한 슈퍼갑이다. 주요 이슈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끼는 대신 위압적 카리스마를 뿜어낸다는 박 대통령의 슈퍼갑 지위는 상당 기간 지속가능해 보였다. 한데 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 후보자가 갑, 박 대통령이 을인 것 같다. 문 후보자의 문제 발언들이 공개된 직후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박 대통령은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귀국 이후로 미뤘다. 당초 청와대는 인사청문 요청안을 출국 당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가 하루 연기했었다. 이렇게 계속 미루는 .. 더보기
신정국가의 총리라면 모를까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과거 ‘친일, 반민족적’ 문제 발언들이 공개된 뒤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옹호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그 발언들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면 큰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 장로로서 교회란 특별한 공간에서 한 발언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KBS가 자극적으로 딱 특정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줬으니까 그렇지, 뭐 그리 흥분할 일도 아닌 건가. 맥락적 이해란 말이나 문장은 어느 부분만 잘라내지 말고 전후 문맥을 살펴야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그를 두둔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들도 자유롭게 말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예전에 한 글과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