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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익명 소설 로맹 가리(1914~1980)는 복잡한 생을 뜨겁게 살다 간 작가다. ‘복잡한 생’은 정체성부터 그렇다. 모스크바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유태인 차별을 피해 13세에 프랑스에 정착했다. 그러고도 프랑스어에 뛰어나 작가가 됐다. 작가면서 외교관으로 여러 나라에서 근무했다. 42세에 볼리비아 주재 프랑스 영사로 있으면서 장편 로 권위있는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75년 그는 을 출간해 다시 공쿠르상을 받는다. 이번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였다. 공쿠르상은 한 번 수상한 사람에게는 다시 상을 안 주는데 가리는 유일하게 두 번 받은 작가가 됐다. 그만큼 두 작가가 동일인임을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가리가 아자르였다는 사실은 그가 권총자살로 파란많은 삶을 마감한 뒤에야 밝혀진다. 가리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더보기
[여적]한국 교육 따라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교육에 관한 한 열렬한 한국 예찬가다. 2011년 4월 “한국 어린이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미국 어린이들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해 1월 국정연설에선 “한국에서는 교사가 ‘나라를 세우는 사람(national builders)’으로 인식된다”며 미국 교사들도 그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열도 칭찬거리다. 한국은 부모의 교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인 교사들까지 충원하는데 미국은 교사를 대거 해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절반의 진실만 말하는 것 같다. 한국 교육현실의 전모를 알고서는 예찬만 할 수 없다. 오바마가 한국의 입시지옥, 엄청난 사교육비에 대해 알까. 또는 뜨거운 교육열과 강고한 학벌주의의 상관관계를. 설사 들었어도 그 심각성을 깨달을 수.. 더보기
[여적]좋았던 옛 시절 해묵은 박정희 공과론이 10·26 34주기를 맞아 재연되고 있다. 말이 공과론이지, 찬양론 일색이다. 대표적인 게 손병두씨의 추도사다.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습니다.” 아주 대놓고 선명하게 찬가를 부르고 있다. 이것도 정치적 소신일 수는 있다. 사람 취향은 가지가지다. 성적 취향으로 말하자면 동성애도 있다. 이것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래야 모두가 자유롭게 다양성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소신의 표출에는 소수자의 성적 취향을 존중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보편성의 문제다. 손씨가 1970년대 7년간 지속된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주장하려면 그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주장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안 그러면 비논리적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