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송전탑과 물신주의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란 속담이 있다. 문주란·남진이 부른 히트곡에도 ‘사람 나고 돈 났지’가 있다. 속담이나 가요가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건 어째서일까. 인간사에선 종종 둘의 관계가 뒤집어져 돈이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물신주의(物神主義)라고도 한다. 물질을 신처럼 숭배한다는 뜻이다.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도 같은 말이다. 이 현대종교에서 돈과 사람의 처지는 간단히 역전된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을 위해 생겨난 물질·돈이 주인 행세를 한다. 사람은 거기 종속된다. 따라서 인간의 고결한 정신·영혼 같은 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못된다. 물신주의의 필연적 결과는 소외다. 물질이 인간으로부터 독립해 거꾸로 인간을 지배함으로써 인간은 소외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 더보기
민주주의를 위한 ‘내전’ 한국 정치가 내전적 상황이거나, 적어도 정신적 내전상태로 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과격한'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지난달 말 관람한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사진전(세종문화회관)이 잠재된 ‘내전의 추억’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추억이라 한 건 우리에겐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의 원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전에는 그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도 걸려 있었다. 카파가 1936년 첫 종군한 스페인 내전 때 코르도바 전선에서 찍은 것으로, 한 공화파 병사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공화파 진영에서 싸우다 이런 최후를 맞게 됐을까. 요즘 대선불복론을 갖고 말이 많지만, 스페인 내전에도 비슷한 성격이 있었다. 총선에서 좌파 인민전선.. 더보기
[여적]익명 소설 로맹 가리(1914~1980)는 복잡한 생을 뜨겁게 살다 간 작가다. ‘복잡한 생’은 정체성부터 그렇다. 모스크바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유태인 차별을 피해 13세에 프랑스에 정착했다. 그러고도 프랑스어에 뛰어나 작가가 됐다. 작가면서 외교관으로 여러 나라에서 근무했다. 42세에 볼리비아 주재 프랑스 영사로 있으면서 장편 로 권위있는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75년 그는 을 출간해 다시 공쿠르상을 받는다. 이번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였다. 공쿠르상은 한 번 수상한 사람에게는 다시 상을 안 주는데 가리는 유일하게 두 번 받은 작가가 됐다. 그만큼 두 작가가 동일인임을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가리가 아자르였다는 사실은 그가 권총자살로 파란많은 삶을 마감한 뒤에야 밝혀진다. 가리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