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 대학 안드레이 마코비츠 교수가 쓴 <미국이 미운 이유>는 반미주의 이론서다. 2007년 나온 책은 원제가 <상스러운 나라(Uncouth Nation)>일 정도로 내용이 신랄하다. ‘왜 유럽은 미국을 싫어하나’란 부제가 보여주듯 미국의 대서양 동맹국들인 서유럽 국가들의 반미주의를 역사적, 국제정치적으로 분석했다.

책에서 미국은 유럽을 해치는 존재로, “영혼이 없고, 탐욕스럽고, 허풍 덩어리”로 그려진다. 일찍이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하이데거가 그랬다니, 그쪽 반미주의의 연원도 깊었나 보다. 마코비츠에 따르면 오늘날 유럽에서 반미주의는 ‘상식’이다. 반미주의는 가정주부들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됐다. 연령과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유럽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것은 “경제, 정치, 문화, 사교계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하고 있다. 반미주의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주제로, 범유럽적 모습을 띤다. 특히 좌파와 우파의 미국 및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심과 반미 표현법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이 대목에선 자나깨나 ‘골수 친미’인 한국 보수우파의 체질이 꽤나 예외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7일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 주 타클로반의 생존자들이 미군 수송기에 빼곡히 앉아 있다.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보내 구호에 나선 것은 필리핀 재주둔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하나, 책은 반미주의가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보편적 현상임을 일깨운다. 그것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지만,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를 아우른다. 대부분의 반미주의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대한 분노의 직접적 표출이다. 그래서 “미국화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의 동의어가 돼 있다. 미국인들은 어떤 일을 해도 욕을 먹고 안 해도 욕을 먹는다”.

미국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돕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데 이러는 이유가 필리핀에 퍼져 있는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려 미군이 다시 주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한다. 필리핀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에는 1992년까지 미군이 장기간 주둔하다 반미운동이 거세지자 철수한 바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 견제 목적으로 순환배치 형태의 재주둔을 원하는 모양이다. 인도적 지원의 속뜻이 그런 거라면, 또다시 국민들 반미감정을 덧들이는 게 아닌가 한다.


김철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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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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