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에 해당되는 글 246건

  1. 2013.12.11 [여적]YS 제명의 기억 (1)
  2. 2013.12.05 [여적]존재감
  3. 2013.11.26 [여적]붉은 청어
  4. 2013.11.20 [여적]구호와 반미감정
  5. 2013.11.15 [여적]송전탑과 물신주의

[여적]YS 제명의 기억

여적 2013. 12. 11. 00:08

시작은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 대한 의원직 제명이었다. 1979년 9월16일자 뉴욕타임스에 김 총재의 기자회견이 실렸다. 회견에는 “미국이 공개적이고 직접적 압력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제어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때는 YH무역 노동자들이 신민당사에 들어와 부당 폐업 반대 농성을 벌이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씨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벌어진 엄혹한 유신 말기였다.

9월22일 공화당과 유정회는 회견 내용을 문제 삼아 소속 국회의원 160명 전원 명의로 징계동의안을 제출했다. 징계 종류는 제명으로 정했다. 징계 사유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신분을 일탈하여 국헌을 위배하고 국가안위와 국리민복을 현저히 저해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반국가적 언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주권을 모독하여 국회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었다.

 

 

1979년 10월 4일 국회에서 공화당과 유정회는 신민당 김영삼 총재에 대한 제명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사진은 당시 이를 보도한 경향신문 1면이다.

 

10월4일 제명안은 국회 별실에서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됐다. 무술경위들을 출동시켜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신민당 의원들 진입을 차단한 상태로였다. 159명 참석에 159명 찬성이었다. 이로써 김영삼은 총재직과 의원직에서 제명되고 가택 연금되었다.

10월16일과 10월17일 부산에서는 김영삼에 대한 정치탄압 중단과 유신정권 타도 등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18일과 19일에는 마산과 창원으로 시위가 확산되었다. 부마사태였다. 이어 10·26이 터졌다.

박정희가 암살당한 것은 민주주의를 버리고 폭압적 유신독재를 고집한 것에 대한 응보다. 흔치 않게도 그 2세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건 우리의 ‘특별한 역사’다. 누군가 2세 대통령에게 부친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또는 경고)했다. 이게 인간적으로 예의에 어긋난 것일 수는 있다. 정신적 상처를 건드린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만의 특별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분기탱천하여 징계에 부산하다.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우리가 가끔씩 정치·사회 현상에서 데자뷰를 경험하는 건 이런 원리 때문인가. 서글픈 데자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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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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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laton 2019.03.14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40년이나 지난 대명천지에 그런 일을 자행하는 망할민국이 있습니다. 그런 자들이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한답니다. 40년 전 안팎으로 엄혹한 시절~ 박정희를 독재자라면서~

[여적]존재감

여적 2013. 12. 5. 09:13

누구나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게 인간 본성이며 인지상정이다. 가수 김종환은 ‘존재의 이유’에서 “네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라고 노래했지만, 어찌됐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자기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확인한다.


존재감이란 말도 자주 쓴다. 사람, 사물 따위가 실제로 있다고 느끼는 것이란 뜻인데, 언제부턴가 ‘미친’이란 수식어를 붙인 ‘미친 존재감’도 통용되고 있다. 방송 따위에서 비중있는 역할이 아닌데도 외모, 스타일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얼마나 존재감에 목마른 세태길래 그런 표현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쳤어도 존재감만 드러내면 족하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란 원훈이 새겨진 국정원 원훈석

 


한데 직업적 특성상 이 인간의 본성을 억눌러야 하는 특수한 존재들이 있다. 정보기관원들이다. 정보기관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수집 및 범죄수사를 담당한다. 일의 성격이 매우 중요하고 비밀스럽다. 그들의 존재 이유가 바로 국가안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쪽 종사자들은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서 보람을 찾는다.

실제로 우리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부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한 뒤에는 원훈이 한때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다시 고쳤다. 모토 속의 ‘음지’도 ‘무명’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해야 하는 그들의 숙명을 되새기는 것이었다. 그 점에서 국정원과 존재감은 상극적이다.

그런 국정원이 달라졌다. 요즘은 음지와 무명의 가치를 던져버리고 양지로 나오기로 작정한 것 같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 명예를 위해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다고 한 게 지난 여름이다. 10월엔 북한 내부 사정들을 시시콜콜 브리핑하고 군사위협 가능성을 강조했다. 국회 정보위에서 이렇게 많은 고급정보가 쏟아진 건 이례적이었다.

엊그제 북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실각설을 공개한 것도 그렇다. 이날은 여야가 국정원 개혁특위 합의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시점이 묘하다. 개혁 도마에 오른 국정원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다 대선개입이란 원죄에서 비롯됐다.



김철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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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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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붉은 청어

여적 2013. 11. 26. 08:39
논리적 오류 가운데 ‘레드 헤링’이란 게 있다. 직역하면 붉은 청어다. 청어를 훈제하면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옛날 영국에선 여우 사냥개를 훈련하는 데 이걸 사용했다. 사냥개가 강한 청어 냄새 속에서도 사냥감을 놓치지 않도록 후각을 단련시키기 위함이었다.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 논쟁을 벌일 때 엉뚱한 데로 상대의 주의를 돌려 논점을 흐리는 수단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실제로 논쟁에서 까딱 잘못해 붉은 청어 냄새를 좇아가다 상대의 의도에 말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를 슬쩍 끼워넣을 때다. 가령 월급이 적다고 불평을 하는데 부모님이 “내가 네 나이 때는 한 달에 10만원도 못 받았다”고 하면 얘기는 논점을 벗어나게 된다.

국회의원 갑이 을에게 묻는다. “왜 낙태 금지에 찬성하지 않습니까.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없습니까.” 여기에 국회의원 을이 “그러는 당신은 왜 무분별한 총기 사용으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는데도 총기 규제를 지지하지 않느냐”고 역공을 한다면 이게 ‘레드 헤링’이 된다. 을의 관심사도 중요한 것이지만 갑의 질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지난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가 강론하고 있다. 박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는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부 발언을 문제 삼아 종북공세에 나섰다. 논점을 흐리는 ‘레드 헤링’ 수법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이 정권의 종북몰이가 이번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로 방향을 잡았다. 박창신 원로신부가 한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북한의 논리를 대변했다”(정홍원 총리)는 것이다. 청와대, 여당, 조중동 할 것 없이 융단폭격을 가하는 게 꼭 ‘울고 싶은데 뺨 맞은’ 반응들인 것 같다.

그런데 박 신부의 문제 발언이란 것이 ‘레드 헤링’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진짜 중요한 내용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사퇴 주장인데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했다는 쪽으로 민첩하게 논점을 이탈했다. 이렇게 해서 ‘종북구현 사제단’ 규탄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거다.

이런 종북몰이 노하우는 어제오늘 습득된 게 아니다. 군사독재 때부터 체질화한 색깔론 의존은 관성적 측면이 강하다. 냉전 반공시대에 가장 손쉽게 반대자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던 것이 색깔론이었다. 아직도 그런 편의주의적 비논리에 의존해야 하는 집권세력은 굉장히 게으른 집단이란 생각도 든다. 이 시대는 또 얼마나 많은 종북주의자를 양산할 것인가.



김철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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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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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대학 안드레이 마코비츠 교수가 쓴 <미국이 미운 이유>는 반미주의 이론서다. 2007년 나온 책은 원제가 <상스러운 나라(Uncouth Nation)>일 정도로 내용이 신랄하다. ‘왜 유럽은 미국을 싫어하나’란 부제가 보여주듯 미국의 대서양 동맹국들인 서유럽 국가들의 반미주의를 역사적, 국제정치적으로 분석했다.

책에서 미국은 유럽을 해치는 존재로, “영혼이 없고, 탐욕스럽고, 허풍 덩어리”로 그려진다. 일찍이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하이데거가 그랬다니, 그쪽 반미주의의 연원도 깊었나 보다. 마코비츠에 따르면 오늘날 유럽에서 반미주의는 ‘상식’이다. 반미주의는 가정주부들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됐다. 연령과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유럽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것은 “경제, 정치, 문화, 사교계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하고 있다. 반미주의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주제로, 범유럽적 모습을 띤다. 특히 좌파와 우파의 미국 및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심과 반미 표현법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이 대목에선 자나깨나 ‘골수 친미’인 한국 보수우파의 체질이 꽤나 예외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7일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 주 타클로반의 생존자들이 미군 수송기에 빼곡히 앉아 있다.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보내 구호에 나선 것은 필리핀 재주둔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하나, 책은 반미주의가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보편적 현상임을 일깨운다. 그것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지만,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를 아우른다. 대부분의 반미주의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대한 분노의 직접적 표출이다. 그래서 “미국화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의 동의어가 돼 있다. 미국인들은 어떤 일을 해도 욕을 먹고 안 해도 욕을 먹는다”.

미국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돕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데 이러는 이유가 필리핀에 퍼져 있는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려 미군이 다시 주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한다. 필리핀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에는 1992년까지 미군이 장기간 주둔하다 반미운동이 거세지자 철수한 바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 견제 목적으로 순환배치 형태의 재주둔을 원하는 모양이다. 인도적 지원의 속뜻이 그런 거라면, 또다시 국민들 반미감정을 덧들이는 게 아닌가 한다.


김철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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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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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란 속담이 있다. 문주란·남진이 부른 히트곡에도 ‘사람 나고 돈 났지’가 있다. 속담이나 가요가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건 어째서일까. 인간사에선 종종 둘의 관계가 뒤집어져 돈이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물신주의(物神主義)라고도 한다. 물질을 신처럼 숭배한다는 뜻이다.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도 같은 말이다. 이 현대종교에서 돈과 사람의 처지는 간단히 역전된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을 위해 생겨난 물질·돈이 주인 행세를 한다. 사람은 거기 종속된다. 따라서 인간의 고결한 정신·영혼 같은 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못된다.

물신주의의 필연적 결과는 소외다. 물질이 인간으로부터 독립해 거꾸로 인간을 지배함으로써 인간은 소외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는 자기가 생산한 물건에 대해 주인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소외된다고 했다. 이를 노동생산물로부터의 소외라고 불렀다. 마르크스는 소외의 근본원인을 사적 소유에서 찾았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으로부터의 인간의 소외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지난달 28일 밀양에서 출발해 14일 만에 서울까지 걸어온 ‘밀양주민 국토종단 도보순례단’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엊그제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지난 9월 현재 갈등과제 목록’은 밀양 송전탑 등 40개 사회적 갈등을 ‘가치’보다 ‘이익’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신주의와 소외에 관한 마르크스의 생각이 대체로 옳았음을 보여주는 자료 같다. 밀양 송전탑의 경우 주민들이 건강과 거주권, 환경 훼손을 문제삼는데도 정부는 이를 보상 문제로 단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의 인식은 주민들이 ‘보상이 적어 떼를 쓰고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과 굉장히 동떨어진 생각이다. 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밀양의 송전탑 경과지 마을들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인체 안전 논란 등을 고려해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자고 한다. 노인들은 “살던 곳에서 그저 계속 살고 싶다”고 애원한다.

그럼에도 이를 돈 문제로, 님비현상으로 모는 이유는 뭘까. 역시 현대인에게 보편적인 물신주의의 영향인 듯하다. 정부 관계자들 스스로 물신주의의 함정에 빠져 밀양 갈등의 본질을 보상 문제로 왜곡하고 있다. 이로써 힘없고 연로한 주민들을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다. 혹시 이들의 조급증도 돈 때문인가.


김철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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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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