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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구호가 된 ‘창조’ 예견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박근혜 정부 8개월 동안 ‘창조’ ‘창의’라는 이름이 들어간 정부 조직과 직위가 70여개 신설됐다고 한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엊그제 밝힌 바다. 정부 모든 부처 20곳에 창조행정담당관, 창조기획재정담당관, 창조행정인사담당관이 생겼다. 기존 명칭에 ‘창조’만 붙인 것이다. 창조경제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창조경제기획담당관, 창조경제기반담당관, 창조경제진흥팀이 신설됐다. 안전행정부에는 창조정부전략실, 창의평가담당관, 창조정부기획과가 생겼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창의산업정책관과 창의산업정책과가 신설됐다. 교육부에는 창의교수학습과, 병무청에는 신병역문화 창조추진단, 농촌진흥청에는 미래창조전략팀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18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과학기술과 .. 더보기
[여적]아버지 지우기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45)에게 든든한 정치적 자산은 부친 장 마리 르펜(85)이다. 세 자매의 막내인 그가 아버지가 이끄는 국민전선에 입당한 것은 18세 때였다. 세 딸은 학교에서 파파가 ‘파시스트’란 놀림도 받았고 마린이 8살 때는 가족이 잠자다 폭탄공격을 당한 적도 있다. 마린은 2011년 초 아버지를 이어 당 대표가 됐다. 지난해 대선 1차투표에서 18%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국민전선은 결선투표가 있는 프랑스 선거제도 특성 탓에 지난해 총선에선 2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지지율에서는 양대 정당을 위협해 왔다. 그러더니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기어이 1위를 차지했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24%를 얻어 집권 사회당(19%.. 더보기
[여적]‘군주’ 탈고 500주년 마키아벨리(1469~1527)의 는 26개 장에 걸쳐 통치기술을 설파한다. 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에선 이렇게 가르친다.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소멸되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또 지켜서도 안됩니다. … 군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항상 둘러댈 수 있습니다.” 19장 ‘경멸과 미움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에선 이런 얘길 한다.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합니다.” 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신생 군주를 대상으로 쓴 것이지만 그 통찰력이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게 긴 생명력의 비결일 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추진 .. 더보기
[여적]외교적 결례 1994년 9월 미국 방문을 마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가 귀국길에 아일랜드 샤논 공항에 기착했다. 공항에서 앨버트 레이놀즈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1시간이 넘도록 옐친은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대통령이 깊이 잠들었다’고 해명했으나 나중 밝혀진 바로는 보드카를 너무 마셔 곯아떨어진 탓이었다. 옐친 주벽에 관한 전설적 얘기다. 하지만 외교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결례였다. 공항엔 군악대의 팡파르 속에 아일랜드 총리 부부와 각료 등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내 정상회담은 못 이뤄졌다. 국가 간에도 외교적 예의를 갖추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걸 전문적으로 ‘국제예양(禮讓)’이라고 한다. 가령 국가의 대표자에 대한 경칭, 회합 때의 좌석순 같은 것으로,.. 더보기
[여적]친일파 후손의 용기 엊그제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이 “할아버지의 땅 찾기 소송을 취하(取下)하자”는 기자회견을 했다. 지금도 조상 땅을 찾겠다는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이 여럿 진행되고 있는 판이다. 한데 소송을 그만두자니 무슨 소린가. 사연은 이렇다. 일제 때 총독부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낸 민영은은 1남5녀를 뒀다. 직계 후손 5명이 재작년 충북 청주시를 상대로 시내 도로 등 땅 12필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다. 민영은 자녀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막내딸 정숙씨(85)는 두 아들을 통해 이 토지반환 소송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했다. 청주시가 패소하더라도 자신 몫은 청주시에 기부하겠다고도 했다. 왜 그럴까. 아들 권호정씨(60)는 “외할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해 후손으로서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청주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