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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뷰] 정체성에 대한 오해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는 미국 땅에서 자라면서 적지 않은 냉대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인 이민자들도 어울리기를 꺼렸다. 미국이 ‘다인종 사회’라고는 하지만 워드가 오늘의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을 헤쳐야 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편으로 그의 성공담은 여전히 완고한 순혈주의와 위선적 이중성에 매몰돼 있는 한국 사회에 자성의 계기가 됐다. 그 자성은 이런 질문들로 이어진다. 우리에게는 워드 같은 혼혈인을 영웅으로 키울 역량이 없는가. 한국 사회 속의 3만5천여 혼혈인들은 어떤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또 국내 체류 외국인 70여만명 중 외국인 노동자가 33만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 대책은 있는가. 슈퍼볼 영웅 워드나 한국의 어느 평범한 혼혈인이.. 더보기
[여적] 졸업식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단 두 문장으로 마친 적이 있다.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이 명재상의 촌철살인적 연설은 어떤 긴 축사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축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졸업식사는 대개 길게 늘어진다. 게다가 학교장의 긴 훈화에 축사, 이사장 격려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식장의 분위기는 추위 속에 잡담을 나누는 학생들로 산만하기 짝이 없다. 대학교 졸업식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식이 진행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교내 곳곳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졸업식이 끝난 후의 난장판도 낯익은 풍경이다.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교복을 찢는 ‘퍼포먼스’도 흔히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 더보기
[여적] 그린스펀 지난 18년 동안 미국의 ‘경제 대통령’ 지위를 누려온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평소 완곡하게 돌려 말하기를 즐겼다. 따라서 1987년 8월 취임 직후 “내가 한 말의 의미가 분명하게 이해된다면 그것은 당신이 내 말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그린스펀 의장은 명언들을 자신의 어록에 추가해 나갔다. 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주식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 과열을 비판하면서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용어를 썼다. 엔론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저지른 회계부정을 ‘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으로 명명했다. 이런 정교한 말솜씨와 신중한 처신으로 레이건 이래 4명의 대통령을 거쳐온 그린스펀 의장이 31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