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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영화와 현실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 폭탄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 자란 2명의 팔레스타인 청년은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로 선발된다. 이들은 민간인에 대한 폭탄공격을 감행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영화는 자살테러란 절박한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만 테러에는 결코 동조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했지만 서방의 시각이 아닌 ‘피해자 팔레스타인’의 시각으로 접근한 게 특이하다. 또 현실의 적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의 합작품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팔레스타인 감독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2백만달러를 지원받아 만들었다. 아랍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관타나모 가는 .. 더보기
[월드 리뷰] 정체성에 대한 오해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는 미국 땅에서 자라면서 적지 않은 냉대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인 이민자들도 어울리기를 꺼렸다. 미국이 ‘다인종 사회’라고는 하지만 워드가 오늘의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을 헤쳐야 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편으로 그의 성공담은 여전히 완고한 순혈주의와 위선적 이중성에 매몰돼 있는 한국 사회에 자성의 계기가 됐다. 그 자성은 이런 질문들로 이어진다. 우리에게는 워드 같은 혼혈인을 영웅으로 키울 역량이 없는가. 한국 사회 속의 3만5천여 혼혈인들은 어떤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또 국내 체류 외국인 70여만명 중 외국인 노동자가 33만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 대책은 있는가. 슈퍼볼 영웅 워드나 한국의 어느 평범한 혼혈인이.. 더보기
[여적] 졸업식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단 두 문장으로 마친 적이 있다.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이 명재상의 촌철살인적 연설은 어떤 긴 축사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축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졸업식사는 대개 길게 늘어진다. 게다가 학교장의 긴 훈화에 축사, 이사장 격려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식장의 분위기는 추위 속에 잡담을 나누는 학생들로 산만하기 짝이 없다. 대학교 졸업식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식이 진행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교내 곳곳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졸업식이 끝난 후의 난장판도 낯익은 풍경이다.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교복을 찢는 ‘퍼포먼스’도 흔히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