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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시베리아 호랑이 니콜라이 바이코프는 러시아혁명 당시 백군에 가담해 적군과 싸웠고 그후 중국 동북지방으로 망명해 원시림을 무대로 동물소설을 쓴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그의 대표작 ‘위대한 왕’(1936)은 시베리아 호랑이 ‘왕대(王大)’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인간의 발길이 깊은 숲 속으로 침투할수록 점점 더 좁아지고 살기 힘들어지는 동물의 세계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렸다. 왕대는 자신의 영토인 숲이 철도 개발로 처참히 짓밟히는 데 분노해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바이코프의 경고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호랑이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 동물이 됐다. 돌이켜보면 인간은 호랑이를 살육하고 그 터전을 파괴하는 일에 얼마나 열중해왔던가. 시베리아 호랑이는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하며 인도·수마트라 등 세계의 호랑.. 더보기
[여적] 유다 복음 예수를 은전 서른 닢에 로마 병사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성경에 기록된 가롯 유다는 다분히 논쟁적 인물이다. 왜 그는 예수를 배반했나. 원래 탐욕적이기 때문인가, 예수를 따르며 품었던 신정왕국 출현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배반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었나. 예수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열심당’이라는 애국 단체가 있었다. 로마로부터 조국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혁명가들의 모임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유다가 열심당원이었으며 반 로마 혁명을 위해 예수를 따라다니다 여의치 않자 최후 수단으로 혁명에 불을 붙이기 위해 예수를 팔았다고 본다. 그러나 유다의 죄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그 출발점은 인간의 죄는 전적으로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자유의지론’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신은 왜 유다.. 더보기
[여적] 김민기 1972년 여름 마산 수출공단의 노동자들과 해변으로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막 석양이 지는 바닷가로 하나 둘씩 돌아오는 고깃배들을 바라보다 그는 “야, 참 멋있는데”하고 중얼거렸다. 그 때 옆에 있던 여성 근로자가 쏘아 붙였다. “그 사람들은 모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어요. 뭐가 멋있다는 거지요?” 그 때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이 작은 체험이 그 자신의 지식인적 사고방식과 감성적 기반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민기에 관한 글의 일부이다. 그는 서울대 회화과 재학 시절이던 1970년 양희은에게 데뷔곡 ‘아침이슬’을 비롯해 많은 노래를 만들어 주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뚜렷한 정치성이 없는데도 1975년 방송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