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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영화와 현실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 폭탄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 자란 2명의 팔레스타인 청년은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로 선발된다. 이들은 민간인에 대한 폭탄공격을 감행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영화는 자살테러란 절박한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만 테러에는 결코 동조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했지만 서방의 시각이 아닌 ‘피해자 팔레스타인’의 시각으로 접근한 게 특이하다. 또 현실의 적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의 합작품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팔레스타인 감독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2백만달러를 지원받아 만들었다. 아랍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관타나모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상을 고발한 영화다. 미군이 자행하는 테러 용의자 고문과 코란 모독 등 장면이 나온다. 지난 주 개막한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 수상이 유력시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돼 적법한 절차 없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2년간 수감됐다 풀려난 영국인 모슬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두 작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이 수행중인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들은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천국을 향하여’의 경우 유대인 단체들은 상영 금지를 요구하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대량살상범을 미화하고 있다는 이유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은 18일 출범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정권을 전복시킬 계획을 수립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관한 국제적 비판에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동유럽 국가 등에 비밀 수용소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의 포로 학대를 담은 사진들이 새로 공개됐다. 영화보다는 현실이 훨씬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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