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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핵거래

1998년 5월 인도의 바라티야 자나타당 정권은 국제적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당시 인도를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썼다.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이런 핵실험은 바보짓이다, 핵무기는 안보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서 경제제재를 불러오니 손해 보는 장사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요컨대 신분과 지위를 떠나 모든 인도 사람들이 똘똘 뭉쳐 핵경쟁을 벌여온 파키스탄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며 핵실험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인도가 감행했던 핵실험은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사정없는 경제제재로 이어졌다. 미국·인도관계는 2003년 로버트 블랙윌 인도 주재 미국 대사가 이임 연설에서 인도를 “핵확산금지 체제를 위협하는 핵 변절자”로 지칭하고 “미국 관리의 인도 방문이 벵골 흰 호랑이 구경만큼 드물어졌다”고 꼬집을 정도로 악화됐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래 6년 만의 방문이다. 이 방문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역시 미국과 인도간 원자력 협정이었다.
결국 양국은 민간 차원의 핵기술 공유와 핵물질 거래에 합의했다. 그 대가로 인도는 수입된 핵물질을 전력 생산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또 현재의 23개 원자로를 군사용과 민수용으로 구분하고 민간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미국은 핵시설과 핵물질, 기술 판매로 돈도 벌고 인도를 21세기의 강대국으로 키워 중국을 견제토록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번 핵거래가 파키스탄과 중국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런 ‘이기적이고 선택적인’ 비확산정책이 북한과 이란에 핵개발 추진 구실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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