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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졸업식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단 두 문장으로 마친 적이 있다.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이 명재상의 촌철살인적 연설은 어떤 긴 축사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축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졸업식사는 대개 길게 늘어진다. 게다가 학교장의 긴 훈화에 축사, 이사장 격려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식장의 분위기는 추위 속에 잡담을 나누는 학생들로 산만하기 짝이 없다.
 
대학교 졸업식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식이 진행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교내 곳곳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졸업식이 끝난 후의 난장판도 낯익은 풍경이다.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교복을 찢는 ‘퍼포먼스’도 흔히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와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를 차례로 부르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옛 시절이 추억으로 다가온다. 졸업식날 특별히 맛보았던 자장면과 탕수육의 기억도 새롭다.
올해 각 학교의 졸업철을 맞아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인 졸업식을 탈피해 의미있는 행사로 키우려는 노력들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15일 졸업하는 서울 전동초등학교 6학년 학생 200명은 후배들이 선사하는 종이인형극과 꼭두각시춤 공연,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한다. 또 우수상 시상을 폐지하는 대신 졸업생 전원에게 특기에 따라 ‘달리기상’ ‘리코더상’ ‘종이접기상’ 등을 주기로 했다.
충북 청주의 흥덕고는 지난 10일 오후 5시 이례적으로 저녁시간에 졸업식을 열었다. 이 행사에서 졸업생들은 촛불행사를 하며 자신의 생활규범을 낭송하고 ‘20년 후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타임캡슐에 담았다. 서울 금산초등학교는 15일 ‘꽃밭길 졸업식’을 연다. 졸업생들은 그동안 교사와 재학생들이 키운 꽃으로 장식된 길을 따라 식장에 입장하게 된다.
졸업풍속도의 바람직한 변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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