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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소년의 위기

남녀간 능력의 차이는 사실 싱거운 논쟁거리다. 가령 남녀의 지능은 비슷하지만 지능을 담당하는 뇌구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남성은 대체로 수학을 잘 하고 여성은 언어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결코 일반화될 수 없다. 요즘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남녀를 갈라 어떤 분야에서든 우열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일 뿐이다.

그러나 미국 고교생의 학업 능력에 관한 뉴스를 접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남학생들의 학력이 여학생에 비해 크게 떨어져 사회문제가 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 문제를 ‘소년의 위기(The Boy Crisis)’로 규정해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학습지진아는 여학생이 많았다. 또 대학에 진학하는 남학생이 58%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44%에 불과하다. 고교 자퇴생과 주의력 결핍 등으로 지도가 필요한 남학생이 여학생의 4배다. 대학생수 역시 여학생이 9백40만명으로 남학생 7백20만명을 압도한다.
‘소년의 위기’를 가져온 원인으로는 남녀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커리큘럼, 지나친 페미니즘의 부작용, 높은 이혼율과 ‘싱글 맘’ 가정의 증가 등이 지적된다.

이같은 남녀 역전 현상은 학교뿐 아니라 도처에서 불고 있는 ‘여풍(女風)’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얼마 전 칠레 대선에선 미첼 바첼렛 후보의 승리로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라이베리아에서도 엘런 존슨 설리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아프리카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됐다. 미국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차기 대통령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행정고시 합격자 216명 가운데 여성은 95명으로 44%나 됐다. 1,001명을 뽑은 사법시험에서도 여성이 전체의 32.3%로 전년보다 7.9%포인트나 늘었다. 1998년 26%였던 서울대 여학생 비율이 작년에는 42%로 늘어 ‘여초(女超)’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히 ‘여성들의 반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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