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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전쟁 상인

미국 영화 ‘로드 오브 워’는 구 소련에서 탈출한 유리(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우연히 무기사업에 눈을 떠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누비며 결국 ‘전쟁의 제왕’ 칭호까지 얻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다. 그가 취급하는 품목도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부터 무장 헬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메시지는 미국의 정체가 거대한 무기상이란 것이다.

과거에 비해 오늘의 전쟁은 더 탐욕적이다. 이 전쟁에는 국가만이 아니라 기업과 개인도 뛰어든다. 그래서 하나의 ‘비즈니스’로 여겨진다. 사업영역도 무기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기지 건설과 경비, 경호, 무기 유지·보수, 식품조달 및 병사식당 운영, 세탁, 우편 업무 등을 망라한다.

세계 군수산업은 계속 미국의 강세다. 2005년 세계 100대 군수기업 명단에도 미국은 44개 기업이 포함돼 절대 강자의 지위를 굳혔다. 2004년 세계의 군수산업 시장규모는 7천억달러로 미국 기업이 이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딕 체니 부통령이 2000년까지 최고경영자(CEO)였던 핼리버튼의 도약이 눈부시다.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특혜시비 속에 2003년 61위에서 2004년 16위로 도약한 뒤 다시 10위로 뛰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비가 지난해 말로 2천억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후 복구 관련 대형사업 수주로 1백억달러 이상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도 파병 미군을 위한 83억달러짜리 군수지원 계약을 맺었고 별도의 석유시설 재건 사업에서 25억달러의 계약을 얻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 2년 만에 공개된 육성녹음을 통해 “미국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휴전을 제의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휴전 제의의 이유다. 그는 휴전이 수십억달러의 돈을 ‘전쟁 상인’들에게 헛되이 쓰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제의를 동맹국 이간질용으로 일축하고 전쟁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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