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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오폭(誤爆)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건물을 폭파해 168명을 숨지게 한 티모시 멕베이는 어린이 19명의 죽음에 대해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 때문에 무고한 생명들을 살상하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부수적’이란 표현을 쓴 것이 섬뜩하다.

이 부수적 피해란 말을 자주 듣게 된 것은 9·11 테러 이후의 일이다. 미국은 9·11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 전쟁 과정에서 미국은 민간인을 상대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오폭을 저질러 숱한 희생자가 나왔다. 그때마다 동원되는 수사가 바로 ‘부수적 피해’였던 것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브리핑에서 미군의 공중 폭격으로 발생한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는가. 민간인 희생을 뜻하는 ‘시빌리언 캐주얼티’ 대신 ‘컬래터럴 대미지’라는 희한한 중성적 표현을 쓴다.
인간의 생명이 무참히 사라진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에서 생명의 고귀함, 인간의 숨결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공개되는 전쟁 장면도 컴퓨터 게임처럼 목표를 정확히 가격하는 비인간적 모습만을 제공함으로써 전쟁의 참혹성은 증발해 버렸다(정연주 지음 ‘기자인 것이 부끄럽다’).’’

작년 12월13일 이라크 전쟁 1,000일을 맞아 집계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약 3만명으로 하루 30명꼴이다. 이들 가운데 몇 명이 ‘부수적 피해’로 분류될 수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쟁이 계속될수록 오폭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도 늘어날 것이란 사실이다.

이번엔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인접한 파키스탄의 작은 마을에 미군의 미사일이 잘못 발사돼 적어도 17명의 민간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알 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이 마을에 있다는 중앙정보국(CIA) 정보에 따라 무인항공기가 뜨고 이어 헬파이어 미사일이 가옥들을 정밀 타격했으나 자와히리는 없었다. 국가가 자행하는 이런 테러를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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