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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마르코스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지도자 마르코스가 1일부터 6개월 일정으로 전국 31개 주를 도는 ‘대장정’에 나섰다. 복면 차림에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다니는 마르코스는 이번에는 검정색 오토바이를 몰고 출발지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 체 게바라가 1951년 의사 친구 알베르토와 오토바이 ‘포데로사’를 타고 남미를 여행했던 일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 출발일은 1994년 사파티스타군의 무장봉기 12주년 기념일에 맞춰진 것이었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가 발효된 다음날 시작된 사파티스타의 반정부·반세계화 봉기는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이 전국 순회는 오는 7월2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안세력’으로서의 좌파 결집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파티스타 지도부는 최근 “투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노동자, 교사, 학생, 직장인 등 다른 부문과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목표를 위해 무장투쟁보다는 정치활동 강화에 역점을 두려는 것 같다. 2001년에도 마르코스는 원주민 권익신장 입법을 위해 전국을 종단한 뒤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까지 보름 동안 평화행진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 마르코스는 여전히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그는 1958년 멕시코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라파엘 세바스티안 기옌이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던 중 원주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4년 사파티스타 해방군 부사령관에 오르면서 ‘멕시코의 체 게바라’라는 명성을 얻었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등 저술도 있는 마르코스는 정작 “원주민 보호를 위해 힘쓴 사람”으로 불리기를 희망해 왔다.

마르코스가 이번 여행 도중 현 대선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믿지 말라며 사회변화는 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는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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