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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가스분쟁

1973년 10월6일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함으로써 제4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페르시아만의 6개 국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원유가격 17% 인상을 전격 발표, 원유가를 배럴당 3달러2센트에서 3달러65센트로 끌어 올렸다. 다시 1974년 1월1일을 기해 OPEC 산유국들은 5.119달러에서 11.651달러로 유가를 크게 올렸다. 서방세계에는 에너지 쇼크에서 비롯한 불황, 인플레이션이 만연했다. ‘자원민족주의’가 강한 무기로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제1차 석유파동부터다.

제2차 석유파동은 1978년 말 이란이 국내 정치·경제 혼란을 이유로 취한 생산량 감축 및 수출중단 조치로 도래했다. 유가는 20달러선을 돌파했고 세계경제는 또다시 대타격을 입었다. 유가가 50~6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지금 상황에서 돌아보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다.

새해 첫날부터 에너지를 매개로 한 국가간 분쟁이 주목되고 있다.

분쟁은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일이지만 주변국들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국제적 성격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가격인상 제안을 거부하자 러시아가 천연가스의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가스관이 연결된 주변국들도 공급량이 줄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 역시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관심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중단이라는 강경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 쏠린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구소련 당시 싸게 공급했던 에너지를 시장가로 올리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곧이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래도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즉 지난해 수립된 우크라이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정권의 친서방 정책을 견제하고 3월 총선에서 여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속셈 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에너지를 이용한 패권주의의 일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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